인터뷰 공감1

24년 열정으로 꽃피운 화원

울산 ‘꽃 안에서’ 박민숙 대표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 마음을 곱디곱게 전하는 꽃 한 다발. 울산에서 24년째 꽃집 ‘꽃 안에서’를 운영하는 박민숙 대표는 꽃이 가진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축하와 응원, 사랑과 위로의 마음이 오롯이 전달될 수 있도록 오늘도 그녀의 손끝에서 꽃이 피어난다. 사실 1997년 꽃집을 창업한 건 무모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1987년부터 교회에서 성전 꽃꽂이를 하다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고 플로리스트 자격증까지 딴 박민숙 대표. 10년의 경험만 믿고 덜컥 가게를 열었지만 시장 사정은 전혀 알지 못한 채 뛰어든 도전이었다.

좌충우돌 창업, 실패에서 배우다

“기본적인 상권 분석도 안 했어요. 좋은 입지에 53평 가게를 열었는데 당시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가 150만 원이었죠. 여기에 350만 원짜리 꽃 냉장고, 리본 출력기, 1톤 트럭까지 구입에 서초동 꽃도매시장에서 꽃을 내렸답니다. 인테리어도 웨딩숍처럼 고급스럽게 했고요.”

리본은 붓글씨로 쓰고, 꽃은 양동이에 물을 받아 보관하던 시절,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창업한 박 대표는 통 크게 모든 것을 완벽히 갖추고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1년도 안 되어 보증금을 모두 날리는 최악의 상황으로 돌아왔다. 이쯤 되면 포기할 법도 했지만 박민숙 대표는 끝까지 해보기로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제가 꽃을 좋아하거든요.”
어쩌면 이러한 단순명료함이 ‘꽃 안에서’를 울산을 대표하는 꽃집으로 키운 게 아닐까? 순수하게 꽃을 좋아하는 박민숙 대표의 진심이 손님들에게 꾸준히 닿았기 때문이 아닐까? 주변에서 6개월이면 망할 거라던 가게는 어느덧 24년 동안 꿋꿋하게 이름을 지키고 있다. 오늘도 꽃에 둘러싸여 꽃처럼 웃는 박민숙 대표의 저력이 궁금하다.

식물박사를 꿈꾸는 화훼 전문가

1997년부터 24년째 꽃집을 운영 중이신데 첫 출발은 준비되지 않은 창업이었습니다. 초반에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꽃집을 운영하면 성전 꽃꽂이 재료를 좀 싸게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 단순한 계기로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규모를 크게 시작했는데 바로 IMF가 터지고 말았죠. 보증금을 다 까먹고 빚까지 생기는 건 순식간이었죠. 어쩔 수 없이 1년 반 만에 외곽으로 나왔습니다.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80만 원이라 부담이 많이 줄었죠.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나갔는지 궁금합니다.

무리한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발로 뛰는 수밖에 없었어요. 상품을 고를 때도 상태가 얼마나 좋은지 더 꼼꼼하게 따지는 게 원가를 줄이는 방법이었죠. 그러기 위해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식물의 생장과 관리 전반을 공부하고, 최근 어떤 꽃이 유행인지도 놓치지 않았죠. 그렇게 우리 집에 와야만 만날 수 있는 상품 종류를 늘려갔어요. 화분의 경우 납품받은 그대로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식물에 맞게 보완하여 직접 분갈이를 했고요. 꽃이 어떻게 피는지, 관리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 손님들과 식물을 아끼는 공감대로 가까워졌습니다. 수익이 단기간에 올라가지는 않았어요. 3~5년이 지나면서 단골이 생기기 시작했죠.

신뢰가 쌓이는데 시간이 필요했던 셈이네요. 가장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처음에 매장을 크게 오픈한 게 나쁜 것만은 아니었어요. 울산에서는 보기 힘든 세련되고 믿을 만한 전문점 이미지를 심어줬거든요. 그때 인연을 맺은 큰 회사와는 여전히 거래를 하고 있답니다. 믿을 수 있는 전문점의 이미지를 계속 이어가는 게 제 숙제였어요. 구색을 다양하게 갖추는 동시에 상품의 질은 절대 떨어뜨리지 않았어요. 특히 재사용 화환이 등장하며 가격이 많이 내려갔는데 저는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제가 직접 화환을 꽂고 해체까지 100% 책임을 지지요. 고객이 좀 줄더라도 가격을 지키며 질을 유지했지요. 고객이 지불한 가격보다 더 잘 해드리겠다는 마음가짐도 한 몫을 하는 것 같아요. 좋은 상품을 잘 관리해서 드리기 때문에 우리 집에서 꽃을 사면 오래간다고 하더라고요.

고객 관리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을까요?

봄, 가을에 계절꽃이 많이 나오면 손님들에게 선물을 드려요. 무심코 들른 분, 옆집 상인들에게도 드리고요. 꽃을 받으면 기분이 좋잖아요. 얼마 전에는 초등학생 손녀를 위해 꽃을 사러온 어르신이 계셨는데, 사모님께 선물하라며 소국 한 단을 드렸어요. 그런데 얼마 후 사모님께 전화가 왔어요. 발을 다쳐 움직이지도 못하고 코로나 때문에 계속 우울했는데 꽃 한 단이 정말 큰 위로가 되었다며 울먹이시더라고요. 이게 꽃의 힘이 아닐까요? 청혼을 준비하기 위해 들른 총각이 나중에 예비 신부와 함께 찾아와 고마움을 전하고, 나중에 아이를 낳은 아내에게도 제가 만든 꽃을 보냈죠. 저 또한 행복한 순간이었죠.

20년 동안 꽃을 찾는 트렌드도 많이 바뀌었지요?

예전에는 단순하고 덩치가 큰 꽃다발과 꽃바구니를 선호했는데요. 요즘에는 여러 가지 꽃의 다양한 색상이 어우러지는 걸 좋아합니다. 파스텔톤의 은은한 색감, 작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선호하고요. 관리가 수월하고, 자연친화적인 포장지를 좋아하는 경향도 뚜렷하지요. 꽃집을 창업하면서 그 해에 유행하는 색상, 패션 등을 유의깊게 살펴보고 장소에 따라 어떤 꽃이 어울리는지도 꾸준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신다고요?

창업할 때는 디자인만 배워 시작했는데 직접 운영해보니 디자인이 30~40%, 식물을 다루는 게 50% 이상이더라고요. 식물의 생리를 몰라 제가 잘못 심으면 손님이 관리하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방송통신대학 농학과에 진학해 석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대구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식물관리에 초점을 맞춰 화원업에 기여할 수 있는 논문을 쓰려고 합니다.

<꽃 안에서> 운영뿐 아니라 화원업 전반의 발전을 위한 노력이 인상적입니다.

한국화원협회 협회장을 지내며 전문성의 필요성을 절감했죠. 식물관리사협회를 만들어 민간자격증을 발급했는데 교육을 하고 교재를 만드는 과정에서 깊이 있는 배움이 필요했고요. 재사용화환 이슈에 대응해서는 정직하게 꽃을 제공하는 꽃집을 인증하는 ‘착한꽃집’ 인증 제도를 농림부에 제안해 관철시켰습니다. 그 공으로 2014년 석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고요. 고객들에게 신뢰를 얻는 게 화원업 전반의 발전을 이끈다고 생각했어요. 훈장에 부끄럽지 말아야죠.

어려움을 뚫고 백년가게로 선정되었는데요. 그 소감과 앞으로의 목표를 부탁드립니다.

울산에서 화원업으로는 처음으로 백년가게에 선정되었습니다. 요즘 경기가 어려워 창업에서 폐업까지의 기간이 짧은데 오래 하다보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을 화원업 소상공인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사실 화원업을 하기가 녹록하지 않은 환경입니다. 정부의 코로나5차재나지원금 대상에서도 화원업은 빠졌는데, 그 이유가 소매업 업종 소속의 업태의 하나로 분류되어 있을 뿐 ‘화업업종’이 따로 없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개선해 화원업종을 분리하는 데 힘을 모을 계획입니다. 또 하나, 울산에 화훼도매시장이 없어 물류비 비중이 높은데 그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화훼도매 물류센터 유치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원예치료 실습 강사, 농학과 실습 등을 진행하고, 장애인센터 체험, 구치소 교정상담사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전문성을 키워 그 활동 범위를 넓히고 싶습니다.

울산 ‘꽃 안에서’
· 주소 : 울산광역시 남구 삼산로 36 민정주차장옆
· 전화 : 052-266-2425
· 영업시간 : 09:00~21:00(코로나로 단축 오픈, 설날, 추석 당일만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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