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1

음식의 마지막 양념은 정성이죠

정권식 (주)달인과 사람들 대표

음식 하나에 온전히 마음이 사로잡히는 경험. 갓 스무 살을 넘겨 호텔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청년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먹음직스런 스테이크에 마음을 완전히 뺏겼다. 단순히 배만 채워주는 음식이 아니라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음식이라니. 정권식 (주)달인과 사람들 대표가 요리에 빠져든 순간이다.

달인과 사람들 대표

“처음엔 웨이터였는데 조리에 마음이 끌려 22살에 요리에 입문했지요. 처음 스테이크를 맛봤을 때는 아직도 잊지 못해요. ‘내가 여기까지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일 고민하며 선배들을 쫓아다녔죠. 당시만 해도 양식을 최고로 여겨서 이탈리아, 프랑스 음식 공부도 많이 했고요.”

무려 35년 전의 일을 생생하게 펼쳐놓는 정권식 대표. 그 사이 그는 세계 각국의 요리사들이 모여 대결을 벌이는 세계요리올림픽에서 수차례 정상에 오르는 것은 물론 양식, 한식, 중식, 일식을 두루 섭력하는 요리 대가로 등극했다. 2016년부터 면요리 전문점인 ‘백세면사무소’를 시작으로 중식 전문점인 ‘밍티엔’, 한식을 기반으로 한 ‘정권식 별별장터’까지 3개의 브랜드까지 론칭했다.

“보통의 요리사들은 한 길만 파고들지 여러 종목의 요리를 잘 안하려고 하지요. 저는 다르더라고요. 양식을 오래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우리 음식이 특별하게 여겨지더라고요. 같은 식재료를 더 다양하게 응용할 방법을 찾다보니 중식, 일식으로 뻗어나갔고요.”

30년 넘게 조리대를 지킨 그는 여전히 요리가 즐겁고, 신 메뉴 개발에 신이 난다. 코로나19로 요식업계의 침체가 길어지는 상황을 정권식 대표는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그의 답은 ‘요리를 향한 진심’이었다.

달인과 사람들 대표

양식부터 한식까지, 감동을 선사하는 한 끼

우연히 요리사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요리의 어떤 매력에 빠져들었나요?

호텔에 근무하며 ‘음식이 사람을 이렇게나 즐겁게 해줄 수 있구나’를 깨달았어요. 막내 시절, 손님이 정말 맛있게 먹었다며 흔쾌히 팁을 주셨는데요. 제가 메인 요리를 만든 건 아니지만 정말 가슴이 벅찼죠. 호텔 총 책임을 맡고 있을 때는 재료의 제한 없이 최고의 역랑을 발휘해보라는 주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푸아그라 스파게티, 송로버섯 수프, 바다가재 요리 등 제가 할 수 있는 요리는 다 선보였어요. 외국 손님들이 온 자리였는데 모두가 만족했고, 두고두고 음식 잘하는 요리사로 각인되었죠. 누군가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것, 그게 요리사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오랜 시간 호텔에 몸담았는데 2016년부터는 ‘백세면사무소’ ‘밍티엔’ ‘정권식 별별장터’까지 고유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세요.

한 분야 요리에만 한정되지 않고 한식, 양식, 중식, 일식까지 다양한 요리를 하는 게 제 경쟁력 중 하나인데요. 제 기술과 메뉴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백세면사무소’는 국수 전문점이에요. 면 요리는 쉬우면서도 어렵거든요. 건강을 기원하는 ‘백세’라는 상호명만큼이나 면에 몸에 좋은 해죽순 분말을 반죽에 섞어 건강까지 챙기고 있습니다. 2019년 론칭한 중식당 밍티엔은 현재 4호점까지 오픈했어요. 중식은 여러 가지 다양하게 맛보고 싶지만 코스요리 가격이 부담스럽잖아요. 그 문턱을 낮춰 1만원 점심 코스를 선보여 인기가 좋습니다. 올해 선보인 ‘정권식 별별장터’는 2호점까지 있어요. 주막 컨셉으로 국밥, 쌈밥, 생선구이, 파전 등 한식 위조로 선보이고 있죠.

달인과 사람들 대표
달인과 사람들 대표

프랜차이즈체인사업의 틀을 갖추었습니다. 프랜차이즈는 수를 늘리는 것보다 품질을 일률적으로 유지하는 게 더 어렵다고 하지요. 가장 신경쓰는 점은 무엇인가요?

제 기술을 다양하게 전달하여 많은 손님들과 만나게 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거든요. 처음 창업하는 분들도 쉽게 도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메뉴 관리를 하고 매뉴얼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가맹점에게 불합리한 점은 없는지 신경쓰고 가맹비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요식업은 경쟁자도 많고 부침이 심한데요.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너무 쉽게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30년 넘게 업계에 몸담은 저도 요리는 자신 있지만 창업은 겁이 나는 게 사실이에요. ‘적당한 입지에 내 인맥 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버리세요. 종목, 대상, 입지를 치밀하게 공부해야합니다. 메뉴를 완벽하게 익히는 것은 기본이고요. 가맹점 창업을 고민한다면 본사와 가맹주가 함께 살아남는 구조인지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가맹점이 일방적으로 본사를 먹여 살려야 하는 구조도 많거든요. 가맹주로 어떤 혜택을 받는지 꼭 따져보세요.

달인과 사람들 대표
달인과 사람들 대표

코로나19로 요식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되었는데요. 이를 어떻게 돌파해가시나요?

코로나19로 외식을 자제하고 배달과 포장이 느는 생활 패턴이 꽤 오래 지속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에 대응해 배달에 적합한 30여 가지 메뉴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면요리는 물론 불고기, 갈비, 수육, 족발 등 육류요리, 해물찜, 동태탕 등 해산물 요리까지 다양하게 접근하고 있지요. 시장 변화에 맞게 전환점을 찾고 틈새시장 공략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메뉴 개발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요? 개인적으로 가장 자신있는 요리, 가장 좋아하는 요리도 궁급합니다.

다양하게 먹는 게 요리사에게는 가장 큰 자극이죠. 맛을 음미하면서 저만의 방식으로 요리를 상상해보니까요. 여행을 가면 무조건 재래시장을 찾습니다. 그 계절, 그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두 눈으로 보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죠. 제일 좋아하는 요리는 면요리에요. 국수 전문점을 차린 이유가 있지요. 아직도 일주일에 3번 이상 즐기고요. 35년 동안 쌓은 서양 요리에 맞게 직접 개발한 50여 가지 소스는 요리사로서 자부하는 점입니다.

달인과 사람들 대표

요리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무엇일까요? 후배들에게 전하고픈 요리사로서의 자질도 궁금합니다.

‘조리사로서 양심을 속이지 말자’가 제 철칙이에요. 절대 거짓말을 하면 안 됩니다.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거나 안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건 있을 수 없습니다. 늘 깨끗한 위생관리도 기본이고요. 여기에 음식에 정성과 노력을 더해 최대한 건강하게 대접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음식은 정성과 노력이거든요. 마지막 양념은 정성이라고 생각해요. 요리사의 길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저 역시 설거지에서 야채 손질로, 칼질에서 프라이팬으로 자리를 옮기기까지 많은 고비가 있었지만 인내한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요리사의 꿈을 이루고 싶다면 인내하며 포기하지 마세요.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나요?

최종적인 목표는 한국 음식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거예요. 요리를 깊이 알수록 우리 음식의 우수성에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장류, 젓갈류와 같은 발효 음식을 서양음식과 퓨전으로 개발하는 일도 즐거워요. 건강을 위해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천연 조미료를 만들고, 건강한 육수를 만드는 연구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맛있는 한식을 더 널리 보급하고 알리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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