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2

3대가 일군 맛있는 반찬

창원푸드

함경도 나진에서 경상도 마산까지, 6.25 전쟁의 비극은 순식간에 삶의 터전을 바꿔 놓았다. 하지만 항구도시라는 공통점 덕분일까. 고향의 맛을 떠올리며 만든 창란젓과 아가미젓갈을 이웃과 나누며 정을 쌓아갔다. 한 번 맛보면 계속 당기는 매력적인 젓갈이었다. 집에서만 만들지 말고 본격적으로 팔아보라는 권유로 마산 어시장에 좌판을 깐 게 1975년. 창원푸드를 손수 일군 故 신철은 대표의 창업 스토리다.

“처음에는 가게도 없었어요. 어시장에 자리를 잡고 그릇으로 한 대접씩 덜어서 팔다가 84년부터 제대로 등록을 하고 장사를 시작했지요. 저희 5남매를 키우기 위해 생계형으로 시작한 일이었어요. 다행히 젓갈, 절임식품, 반찬 도소매점 자리를 잡아 어느덧 3대째 잇고 있습니다.”

현재는 딸 신숙희 대표가 도소매 판매를, 사위 김무성 대표가 제조를 책임지고, 손자 김동건 대표가 온라인으로 판로를 넓히며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는 본격적으로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면서 통합 브랜드인 ‘3대맛찬’을 론칭했다. ‘3대가 함께하는 맛있는 반찬’이라는 의미를 담아낸 담백한 브랜드 네임은 김동건 대표가 직접 지었다. 된장콩잎, 양념깻잎, 창란젓, 낙지젓, 산마늘지 등 한국인이라면 절로 군침이 도는 밥도둑이 모여 있는 곳. 함경도 나진에서 경산도 마산을 거쳐 이제는 전국구로 뻗어나가는 감칠맛, 3대째 이어온 창원푸드의 맛은 이렇게 차근차근 발을 넓히며 진화하는 중이다.

마산어시장, 전국구로 뻗어가다

어시장에서 좌판부터 시작한 장사가 이제는 가족 기업으로 단단히 뿌리를 내렸습니다. 특히 3대째 이어지면서 시대에 발맞춰 발전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신숙희 : 남편이 제조를 책임지고 있고, 저는 학교, 기업, 군대 등 급식 업체와 전통시장에 도소매 납품을 주로 하고 있어요. 아버지께서 만들던 방법을 최대한 고수해온 것이 가장 큰 비법이 아닐까요. 여기에 저의 손맛을 더합니다. 재료 상태에 따라 그때그때 양념을 조절하며 가장 맛깔스러운 지점을 찾아내려고 합니다.
김무성 : 음식의 기본은 재료라는 말에 공감해요. 덕분에 그동안 주말 가족 나들이는 늘 산지와 겹쳐졌어요. 갓과 고들빼기를 찾아 여수로 떠나고 더덕 산지를 찾아 지리산을 찾는 식이었지요. 대표 제품인 전어젓갈은 울산 토굴에서 삭힌 원재료를 바탕으로 하고요. 가격이 조금 높아도 재료만큼은 허투루 쓰지 않습니다.

대대로 이어오는 원칙이나 가르침이 있을까요?

신숙희 : 식품은 무엇보다 정직하고 품질이 좋아야 합니다. 우리를 믿고 와주셨는데 음식을 가지고 장난을 치면 안 된다고 아버지께서 늘 강조하셨어요. 이는 아들에게도 늘 하는 말입니다. 또 사업체를 이끌기 위해서는 책임감이 중요합니다. 귀찮은 일을 떠넘기지 말고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백년가게’에 선정되었는데요.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신숙희 : 나라에서 인증받은 건 처음이라 큰 상을 받은 느낌입니다. 어머니께도 말씀드렸더니 이제까지의 노력이 보상받는 느낌이라고 좋아하시더라고요. 더 신중하고 정직하게, 좋은 품질로 보답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커집니다.

아드님의 합류로 더 젊고 역동적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이른 나이에 가업에 합류하는 데 망설임은 없었나요?

김동건 : 어릴 때부터 놀이터가 어시장이었어요. 과자 한 봉지를 사도 저울에 달아볼 만큼 시장이 친숙했거든요. 대학 때도 다른 아르바이트는 해볼 일 없이 당연히 가게 일을 도왔고요. 대학 졸업할 즈음 처음 온라인 몰을 만들었는데 당시만 해도 온라인 식품몰은 활성화가 안 되었던 터라 큰 역할은 못했어요. 아버지께서 제조부터 체계적으로 배워보라고 권하셔서 기본기를 닦다가 2019년 본격적으로 온라인 판매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지요.

지역 기반, 도매 기반의 가게가 ‘3대 맛찬’ 브랜드의 온라인 판매로 전국구, 소매 판매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김무성 : 처음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많았어요. 온라인몰은 반응이 즉각적이잖아요. 리뷰에 상처를 받지나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모습에 믿음이 생겼습니다.
김동건 : 제 입장에서는 온라인 판매라는 길밖에는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시장에는 주로 kg 단위로 팔지만 온라인에서는 용량을 줄인 소포장으로 누구나 쉽게 구입하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죠. 오래 묵히지 않고 그때그때 신선하게 구입해서 먹을 수 있도록 말이지요. 창원푸드는 제가 일군 게 아니라 할아버지 대부터 내려왔기에 전통을 이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늘 따라다녔어요. 자연스럽게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담긴 브랜드를 고심하게 되었죠. 가족들과 밥을 먹다가 ‘3대맛찬’이 어떻겠냐고 의견을 냈죠. 3대째 이어오는 맛있는 반찬이니까요.

오프라인 기반의 많은 소상공인이 온라인 플랫폼에 관심이 높습니다. 온라인몰 운영을 위해 가장 신경 쓴 점은 무엇인가요? 노하우를 전해주세요.

김동건 : 섣불리 접근하지 않고 철저하게 준비했어요. 2019년 5월부터 기획해서 2020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거든요. 일단은 오프라인과 맛과 품질 면에서 차이가 없도록 신경 썼어요. 신선식품이다 보니 포장재와 배달시스템도 깊이 공부했습니다. 일반적인 아이스박스는 적재 공간도 부족하고 고객들이 처리하기도 힘들어하기 때문에 종이 보냉박스를 알아봤습니다. 혹시 문제가 생길까봐 시간대별로 포장해서 저에게 택배를 보내 직접 받아보기도 했지요. 여름에도, 겨울에도 모두 냉장상태가 잘 유지되는지 테스트했고요. 포장 단가도 낮추고, 고객들도 편하고, 친환경 가치까지 담게 되었지요. 또 단순히 제품만 파는 게 아니라 우리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 친절하게 소개하는 데도 공을 들였습니다. 친숙하게 다가가고 잘 기억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든 것이지요.

84년부터 지금까지 위기의 순간은 없었나요?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합니다.

신숙희 : 아무래도 지난해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가 가장 힘들었어요. 학교, 기업 등 기존의 납품 물량이 급감했거든요. 때마침 온라인몰을 열어 재고가 쌓이지 않을 만큼은 유통이 되었습니다. 아들이 다양한 정부지원 사업을 조사해 적극 참여한 것도 큰 힘이 되었어요.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주관한 대한민국 동행세일에 참가했고요, 중소기업의 유통을 지원하는 포털사이트 아임스타즈의 지원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해 인지도도 높일 수 있었습니다. 유튜브나 라이브 커머스 등을 활용하여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부부만 있었으면 벅찼을 텐데 아들이 그 부분을 잘 맡아주어 고맙게 생각합니다.

중소식품회사가 생존력을 갖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앞으로의 계획과 각오가 궁금합니다.

김무성 : 좀더 체계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3대맛찬만이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기존 제품의 철저한 품질 유지는 기본이고요.
신숙희 :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식품에 대한 신뢰도를 더 두텁게 쌓아야 합니다. 산지를 누비며 좋은 식재료를 찾아내고 최고의 맛을 끊임 없이 개발하는 게 기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동건 : 저는 아직 배울 점이 많은데요. 지금까지의 전통에 누가 되지 않도록 기본을 지키면서 생산이나 판매 시스템을 시대에 맞게 변화시키겠습니다. 누구든 ‘3대맛찬은 내 입맛에 맞아’라고 할 정도로 우리 입맛에 맞는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창원푸드
· 주소 :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어시장7길 126 125호
· 전화 : 055-245-8543
· 영업시간 : 평일 04:30~16:30, 토요일 04:30~13:30(매주 일요일 휴무)

3대맛찬
- https://smartstore.naver.com/3rd-matchan (네이버에서 ‘3대맛찬’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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