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1

46년 원조 삼계탕으로 보양하세요

울산 궁중삼계탕 김인걸 대표

‘여름 보양식’의 대표주자는 뭐니 뭐니 해도 삼계탕이 아닐까. 진한 국물과 부드러운 살코기, 여기에 인삼주까지 가볍게 곁들이면 온몸에 기분 좋은 열기가 퍼진다. 1975년부터 울산 중구 성남동에서 한 자리를 지켜온 ‘궁중삼계탕’이 차려내는 한 그릇도 마찬가지이다. 어느덧 46년째, 변함없이 정성을 다해 끓여내는 삼계탕 한 그릇에는 몸에 좋은 한 끼를 대접한다는 김인걸·김명화 대표의 자부심이 담겨있다. 스물일곱, 갓 결혼한 부부는 삼계탕과 함께 인생 2막을 열었다. 새로운 동반자와 함께한 도전은 변치 않은 사랑만큼이나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이어지고 있다.

“둘째 누님과 자형이 1975년, 이곳에 삼계탕집을 열었어요. 원조인 셈이죠. 당시는 이곳이 울산의 중심가였거든요. 차차 자리를 잡고 손님이 늘면서 1987년부터 저희 부부가 일을 돕다가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1970년대만 해도 궁중삼계탕이 들어선 3층 건물은 일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맛은 물론이고 특별한 외식을 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곳. 궁중삼계탕은 오랜 단골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변함없는 맛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맛 좋은 삼계탕뿐 아니라 인삼주와 닭똥집, 갓 무쳐낸 오이와 고추, 깍두기까지 더해진 한 상은 궁중삼계탕으로 발길을 이끄는 최고의 합이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김인걸 대표는 의연하게 새벽시장을 찾는 것으로 하루를 연다. 힘들 때일수록 초심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백년가게’의 비결이다.

좋은 재료로 만든 정직한 한 그릇

누님의 가게를 이어받아 46년의 전통을 잇고 있습니다. 성남동 터줏대감인 궁중삼계탕의 창업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제가 6남매 중 막내거든요. 15살 차이가 나는 둘째 누님이 자형과 함께 삼계탕집을 연 게 첫 시작이었습니다. 전해 듣기로는 당시 누님이 살던 집 옆에 삼계탕집이 있었는데 장사가 꽤 잘되었다고 해요. 매형이 직장생활을 접고 사업을 구상하면서 자연스럽게 떠올린 게 삼계탕 전문점이었지요. 저는 결혼 후 아버님이 하시던 우유 대리점을 이어볼 생각이었는데 아내가 식당이 더 나을 것 같다고 해서 일을 돕게 되었어요. 2~3년 후부터 맡아서 운영하다 8년 정도 지나 완전히 인계받은 후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내 말을 듣길 잘 했지요.

40년 넘게 가게를 이어오고 있는데요. 흔들림 없이 지키고 있는 원칙이나 비결이 있을까요?

1975년부터 메뉴 변동 없이 ‘삼계탕’이라는 핵심 메뉴를 유지하며 삼계탕 전문점으로서 자리를 굳히고 있습니다. 주방에서의 원칙은 재료의 신선도입니다. 신선한 닭고기와 채소를 바탕으로 깔끔한 육수를 만드는 게 비결인데요. 육수에서 닭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완벽하게 잡아내는 게 핵심이지요.

좋은 재료에서 나온 정직한 맛이 울산에서 손꼽히는 삼계탕 전문점으로 자리를 굳힌 경쟁력인 것 같은데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요?

첫째는 좋은 재료로 만든 정직한 맛입니다. 닭은 깨끗하고 믿을 수 있게 관리하는 메이저 브랜드에서 납품받고 있고요. 채소의 경우는 매일 아침 농수산물시장에 가서 그때그때 장을 봅니다. 전화 한 통만 하면 알아서 물건을 가져오는 트럭도 있는데요. 아무래도 직접 보고 사는 것과 신선도 차이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매일 5시 일어나 시장에 갑니다. 내가 조금 불편해도 부지런해야 좋은 재료를 얻을 수 있거든요. 신선한 재료와 함께 중요한 것이 청결이에요.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우리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주방의 청결에 신경 씁니다. 늘 깨끗이 닦고, 모든 반찬에는 뚜껑이 덮여있지요. 무엇보다 제가 삼계탕을 참 좋아합니다. 남들은 지겹지 않으냐고 하는데 어떨 때는 하루에 두 그릇을 먹기도 해요. 먹을 때마다 참 좋습니다. 이런 애정이 손님들에게도 전해지는 게 아닐까요?

닭똥집, 인삼주, 오이무침, 고추무침, 깍두기 등의 곁들임 메뉴도 인상적입니다. 이렇게 구성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담백한 맛의 삼계탕과 어울리는 반찬으로 깍두기와 오이 무침은 초기부터 나갔고, 고추 무침은 나중에 추가되었습니다. 질리지 않게 삼계탕 한 그릇을 비우게 하는 반찬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삼주는 삼계탕에 인삼이 들어가니까 술로도 담가보면 어떨까 했어요. 궁합이 잘 맞잖아요. 도수가 센 담금주가 아니라 도수가 낮은 일반 소주로 담그기 때문에 술이 세지 않고 훨씬 부드러운 게 특징이에요. 처음에는 잔술로 드렸는데 한잔 더 달라는 손님들이 많아 지금은 작은 병에 드리고 있지요. 닭똥집은 삼계탕이 나가기 전, 인삼주와 안주로 즐기면 좋겠다고 생각해 구성한 반찬이에요. 그런데 닭똥집은 식으면 질겨져서 손님들이 잘 안 드시더라고요. 고민하다 작은 화로로 즉석에서 보글보글 끓여 먹을 수 있도록 대접하고 있지요.

오랜 전통만큼 기억에 남는 손님도 많을 것 같습니다.

70년대만 해도 저희 삼계탕집이 꽤 고급음식점으로 통했거든요. 여기서 맞선을 보고 결혼해 서울에서 터를 잡은 손님이 다시 찾아주셨어요. 자녀들과 함께 와서 ‘엄마가 여기서 선을 봐서 아빠와 결혼했다’라고 사연을 전해주는데 저도 뭉클하더라고요. 젊은 시절부터 찾아 준 30년 단골이 참 많아요. 맛있다는 한마디, 더 오랫동안 지켜달라는 응원에 힘이 납니다. 한 분 한 분 모두 고맙지요.

코로나19로 많은 소상공인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요. 가게 운영에 어려움은 없나요?

조류독감이 맨 처음 발생했을 때 손님이 딱 끊긴 적이 있었거든요. 다행히 사람에게는 피해가 없다고 울산의사회에서 현수막을 걸고 캠페인을 벌이고, 지역사회 신문에서도 잘못된 인식을 잡아주어 겨우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는 장기전이라 그때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은 게 사실입니다. 특히 5인 이상 집합금지로 단체 손님을 받지 못하니 타격이 크지요. 다행히 오랜 단골들이 꾸준히 찾아주어 겨우 유지를 하고 있습니다. 이 고비를 넘기면 또 좋아지지 않겠어요. 여유를 가지고 이겨내야지요.

힘든 시기에도 의연한 모습이 돋보입니다. 음식점을 창업하는 분들에게 선배로서 조언해준다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급합니다. 창업하자마자 바로 이익을 내려고 조급해해요. 절대 경계해야 할 마음가짐이에요. 당장 수익을 내려고 욕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손님에게 소홀하기 쉽습니다. 오픈 초기에 소문이 잘 못나면 힘들어지고, 이는 극복하기가 쉽지 않아요. 첫 시작인 만큼 더 멀리 보고 이익이 적더라도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공을 들이면 좋겠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백년가게’로 선정되셨는데 소감이 궁금합니다.

기쁘고 영광입니다. 정말 욕심을 부려 100년을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궁중삼계탕의 경우 그 터도 움직이지 않고 한 자리를 지켜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67년도에 지은 오래된 건물을 현대식으로 바꾸고, 구석구석 수리하며 유지하고 있는데요. 기회가 되면 대를 잇는 것도 좋겠지요.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가맹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출장 차 내려오신 분들이 서울에도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하시고, 울산에 계시는 분들이 서울에 있는 자녀들에게 택배로 보내는 일도 많거든요. 맛 하나는 자신하고 있는 만큼 많은 분이 저희 궁중삼계탕을 맛볼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대해주세요.

울산 궁중삼계탕
· 주소 : 주소 울산광역시 중구 먹자거리 6
· 전화 : 052-244-1156
· 영업시간 : 10:00~22:00(현재 코로나19로 21시로 한정. 설날·추석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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