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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세종실록으로 읽는 왕실의학(43) 왕들의 감기와 식치(食治)

도승지 조서강(趙瑞康)에게 명하여 사신을 문안하니, 오양(吳良)이 말하기를,
“들으니 전하께서 평안치 못하시다던데 어떻습니까.?”
하니, 서강이 대답하기를,
“근일에 전하께서 감기로 인하여 잠깐 평안하지 못하셨으나, 진선(進膳)은 평상시와 같습니다.”
하였다.

- 세종실록 세종 24년(1442) 1월 3일 -

조선 시대 명나라에서 온 사신들은 많게는 한 달 정도 머무르기도 했다. 이렇게 기간이 길어지면 임금 역시 접견을 하거나 연회를 베푸는 일 등을 피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땐 대신 신하를 보내는데 그들은 통상적으로 임금의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를 대었다. 이때 가장 흔하게 말하던 병명이 바로 감기였다. 세종 24년(1442) 1월 3일에도 그랬다. 도승지 조서강(趙瑞康)은 왕을 대신해 명나라 사신 오양(吳良)을 방문하였고, 임금이 감기에 걸렸으나 음식은 평소와 같다고 말한다. 이에 명나라 사신은 "우리 대접을 위하여 마음을 쓰셔서 감기를 얻으셨나 염려하였더니, 지금 재상(宰相)의 말을 들으니 진심으로 기쁩니다."라고 말한다. 임금이 미각을 잃지 않았음은 곧 이때 세종의 감기가 그리 심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열흘 후에도 세종은 우부승지 강석덕(姜碩德)을 시켜 사신을 만나게 한다. 이때도 역시 세종은 그에게 "요사이 감기로 인하여 대인(大人)을 청하여 보지 못했습니다."라고 전하게 한다.

감기는 글자 그대로를 보면 외부의 나쁜 기운()이 몸에 들어온 것()이다. 좋지 않은 기운은 차가운 한기(寒氣)와 바람인 풍기(風氣)가 많다. 때로는 몸의 기운과 상태가 떨어지는 심리적 기분이나 기운도 의미한다. 몸이 으스러지게 춥고 떨리는 것은 외부의 풍한사(風寒邪)를 이겨내려는 몸의 저항이다.

심한 감기가 아니면 약보다는 음식으로 생리적 기능을 높이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현대의학으로도 감기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감기는 150종 이상의 바이러스가 일으키는데 감기 유무는 면역력에 크게 좌우된다. 화학 작용을 하는 약만으로 생리 기능을 활성화하고 저항력을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감기는 공통 반응에 개인의 면역력에 따라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이와 같은 감기를 한의학에서는 정기(精氣)를 키우는 방법으로 해소한다. 동의보감 잡병 내상문(內傷門)에서는 치료에서 약보다 음식이 우선임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몸을 편안히 하는 근본은 음식이고, 질병 치료는 오직 약물에 달려 있다. 바르게 먹지 못하면 생명을 온전히 보전할 수 없고, 약성에 밝지 못하면 질병을 제대로 치료할 수 없다. 음식은 사기(邪氣)를 물리쳐 장부를 편안하게 하고, 약은 정신을 편안하게 하고 천성을 길러 기혈을 돕는다. 사람이 음식과 약을 알지 못하면 안 된다. 임금이나 부모에게 질병이 있으면 먼저 음식으로 치료하고, 낫지 않으면 약을 쓴다. 그러므로 효자는 음식과 약 두 가지의 성미(性味)를 깊이 알아야 한다.

- 동의보감 잡병 내상문(內傷門) 식약요병(食藥療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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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은 특히 허약한 노인은 감기 기운이 있어도 고한(苦寒) 약물이나 한토하삼법(汗吐下三法)처럼 강한 치료법은 삼가도록 하였다. 이는 약치도 중요하지만, 노인이나 허약한 사람에게는 평소 꾸준히 행하는 식치법(食治法)을 추천한다는 의미이다.

감기에는 대표적 식치 음식인 약차(藥茶)가 많이 애용됐다. 특히 왕실에서는 약차를 장복했다. 승정원일기 영조 4년(1728) 9월 23일에는 대왕대비(인원왕후:仁元王后)에게 감기 증세가 있자 소엽차(蘇葉茶)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영조 8년(1732) 4월 11일에는 영조의 감기에 갈근차(葛根茶), 영조 11년(1735) 4월 24일에는 인동차(忍冬茶)를 올렸다고 한다.

소엽차는 소엽 가지로 끓인 차로 성질이 따뜻하고 매운맛이 난다. 곽란(霍亂), 기체(氣滯), 담음(痰飮)에 좋으며 소엽을 생강과 함께 끓이면 소강차(蘇薑茶), 귤껍질과 함께 마시면 소귤차(蘇橘茶), 칡뿌리인 갈근과 함께 사용하면 소갈차(蘇葛茶)나 갈근소엽차(葛根蘇葉茶)가 된다. 모두 초기 감기에 효과가 뛰어나다.

의방유취(醫方類聚)식료찬요(食療纂要)에는 감기에 걸리면 따뜻하게 먹고, 땀을 내는 방법으로 "흰 멥쌀을 삶아 묽은 죽을 만들고 소엽(蘇葉) 28잎과 동전 크기로 자른 생강 14조각을 같이 넣고 삶아 뜨겁게 해서 먹어도 된다."는 죽 처방법이 실려 있다. 민간에서는 감기에 걸리면 수분보충과 면역력 증강을 위해 도라지를 차로 마셨다. 의방합편(醫方合編)에도 뱃속에 냉기가 뭉쳐있을 때 "도라지 한 움큼에 물을 넣고 반으로 되도록 달여 때에 관계 없이 먹으면 좋다."라고 하였다. 동의보감에도 도라지에 대해 "폐기로 숨이 가쁜 것을 치료하고, 온갖 기를 내리며, 목구멍이 아픈 것과 가슴과 옆구리가 아픈 것을 치료한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기침과 가래, 염증,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삼료(蔘料)는 결코 함부로 써서는 안 되니 반드시 외기(外氣)가 모두 풀리고, 신열이 모두 내리고, 허한(虛汗)이 난 뒤에야 쓸 수 있다. 모쪼록 의원과 신중히 논의하도록 하고, 또한 근자에 삼을 쓴 사람의 병증을 탐문하여 참작해서 비교하는 것이 지극히 옳다. 영남 사람의 약은 병세를 보아서 쓰되 또한 경솔하게 시험하기 어렵다. 멀리서 헤아릴 수는 없으나 식치(食治)가 제일이니, 땀을 내고 열을 내리는 방도를 십분 마음을 써서 하되 약은 절대 함부로 쓰지 말고 십분 신중히 하라는 뜻을 즉시 전하라. 그간의 동정을 기록해 보내는 것이 어떻겠는가?

- 채제공(蔡濟恭:1720~1799) 번암집(樊巖集) 어찰(御札:정조가 병문안을 보내며 보낸 편지 -

  • 사진1. AI 생성 이미지 (OpenAI 이미지 생성 도구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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