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1

양곡시장 터줏대감, 상생을 이끌다

이환우 올림픽신발 대표

40년을 우직하게 걸어온 이의 내공이란 이런 것일까? 내 가게만 잘 되는 길이 아니라 주변 상인들과 함께 상생하는 길을 먼저 고민하는 터줏대감. 김포시 양촌읍 양곡시장의 활력을 이끄는 상인회장이자 1982년부터 ‘올림픽신발’을 일궈온 이환우 대표의 장수비결이다.

신발과 함께 걸어온 40년

작업자들을 위한 안전화, 농사일에 필수인 고무장화, 장식이 멋스러운 숙녀화와 매끈한 가죽이 돋보이는 신사화까지 가지각색 신발이 가지런히 정돈된 올림픽신발. 각기 다른 성격의 다채로운 신발이 한 공간에 모여 있음에도 반듯하게 정돈되어 보이는 건 이대표의 깔끔한 성격 덕분이다.

“제가 너저분한 모습을 잘 못 봐요. 깔끔하게 정돈이 되어 있어야 오는 손님도 기분이 좋고, 파는 저도 편하거든요.”

이 깐깐함과 세심함은 올림픽신발 매장뿐 아니라 양곡시장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다. 대형마트나 온라인 몰에 점점 밀려나는 전통시장. 하지만 전통시장만이 지니는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이환우 대표는 양곡시장 전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지원사업과 교육을 통해 적극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버스정류장 앞에 자리한 올림픽신발은 이웃들이 편하게 오고가는 사랑방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40년 동안 문턱이 닳도록 오고간 손님들이 좋은 신발을 신고 편하고 좋은 길만 걷기를, 양곡시장 구석구석이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이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으로 이환우 대표는 오늘도 변함없이 매장을 지킨다.

시장과의 상생, 장수점포의 비결

1982년 신발가게를 처음으로 오픈하여 지금껏 운영하고 계십니다. 어떻게 창업하게 되었나요?

당시 손위처남이 연쇄점을 운영했는데 장사가 썩 잘 되고 앞으로 전망이 있어보였어요. 저는 공무원이었기에 아내에게 신발가게를 열어줬는데 혼자 운영하기 벅찰 정도로 바빠졌지요. 그때 공무원 월급이 박봉이었기에 그만 두고 아내와 함께 일을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왔습니다. 20대에 시작해 어느덧 예순여섯이네요. 공무원을 하던 친구들은 다들 은퇴해 할 일이 없어졌지만 저는 아직 현역으로 일하고 있으니 감사하죠.

40년 동안 가게를 운영해오셨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인증하는 ‘백년가게’로도 선정이 되었는데요. 가게를 오래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아버지의 가르침 중 하나가 ‘한 우물을 파라’였어요. 누구에게나 힘든 고비는 있는 것이니 쉽게 흔들리지 말고 너무 약삭빠르게 변하지지 말라고 늘 강조하셨죠. 한우물이 요즘 시대에는 안 맞는 말일 수 있지만 힘든 시기에도 놓지 않고 버티다보니 ‘백년가게’로까지 선정이 되었잖아요. 점포의 경쟁력이라면 대리점부터 공장까지 다양한 유통망을 통해 좋은 제품을 좀 더 싸게 들여옵니다. 그간의 신용 덕분에 전화 한통이면 두말 않고 신발을 보내주지요. 시골에나 볼 수 있는 신발 가게는 솔직히 사양산업이지요. 그럼에도 꾸준히 찾는 손님이 계시거든요. 저는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인격을 판다고 생각해요. 물건 가격에 상관없이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않고 공손하게 맞거든요. 이 자세가 장수의 비결이 아닐까요?

요즈음 코로나19로 많은 자영업자가 폐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선배로서 어떤 조언을 들려줄 수 있을까요?

저도 코로나19로 타격을 많이 받았어요. 특히 올해 1월, 2월에는 하루에 한두 켤레를 파는 게 고작이었어요. 못 파는 날도 있고요. IMF 외환위기 당시보다 어렵더라고요. 가게세도 안 될 정도였지만 ‘다음에는 잘 되겠지’라는 희망은 놓지 않았어요. 그렇게 넘겼더니 지난주부터 부쩍 나아지더라고요. 농사가 시작되면서 장화도 나가고, 움츠렸던 현장도 재개되면서 안전화도 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또 풀리는구나 안도하게 되었죠. 다들 힘든 상황이지만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고 조금만 더 버티면 좋겠어요. 그러면 정말 나아진다니까요.

주로 어떤 고객들이 많이 찾나요? 인상 깊은 고객도 소개해주세요.

연령대가 높아요. 80년대에 청년이었던 단골손님들이 이제 자녀들과 함께 찾거든요. ‘사장님은 아직도 여기 계신다’며 반가워하시죠. 최근에는 외국인 노동자 손님이 많이 늘었어요. 일할 때 신는 안전화, 등산화부터 평소 신는 신발도 구입하는데요. 1만 원짜리 신발을 몇 번이고 들었다 놨다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죠. 그래서 신발을 사면 양말 한 켤레를 슬쩍 껴주곤 합니다. 그게 시장의 정이잖아요. 덕분에 단골이 많아요. 잠깐 문이 닫혀 있으면 다를 데 안 가고 꼭 저를 기다렸다가 구입하죠. 고향에 갈 때도 가족, 친지들의 신발을 잔뜩 구입하는데요. 돌아올 때 제 선물로 샴페인과 전통주를 챙겨온 친구가 있었어요. 그 지극정성이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네팔 친구에게 히말라야를 가고 싶다고 하면 가이드를 해줄 테니 언제든 오라고 합니다. 순수하게 마음을 주고받는 고객이에요.

양곡시장 상권 안에 자리잡은 장점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맞아요. 여기 찾는 손님은 다들 친구에요. 버스 타는 곳이 요 앞이라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대합실 역할도 하지요. 매장 안에 버스 시간표를 붙여놓기도 했지요. 예전에 오라니장으로 불린 양곡시장은 경기 서부지역에서 손꼽히게 큰 장이었어요. 저희도 장날이면 밥을 못 먹을 정도로 바빴을 때가 있었죠. 그때보다는 상권이 많이 약해졌지만 정이 넘치는 건 여전해요. 서로 자녀가 몇이고, 무엇을 하는지 속속들이 알다보니 대화거리가 많고, 대소사도 함께 챙기면서 손님과의 관계, 시장 상인과의 관계가 돈독해졌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도 함께하는 이웃 상인과 단골손님들 덕분에 이겨낼 수 있지요.

양곡시장 상인회장으로서의 활약도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최근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앞장선 노고를 인정받아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상도 받으셨지요.

번영회 원년 멤버로 시작해 상인회까지 발전시켰어요. 시장이 점점 쇠락하는 느낌이 들어 그대로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시장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지요. 개인보다는 조직을 꾸려야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에 상인회를 꾸렸고, 정부보조사업을 적극 활용해 간판정비, 어닝 설치, 화재알림사업, 노후전선교체사업 등 환경을 개선했습니다. 교육프로그램으로 상인대학, 점포대학을 진행한 것도 반응이 좋았어요. 손님 응대하는 법, 보기 좋게 진열하는 법 등을 전문가에게 배우니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일단 저부터 변했습니다. 전에는 좀 까칠하고 딱딱한 성격이었는데 교육을 통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배우게 됐지요. 또 코로나19에 대응해서는 비대면 경품 행사, 대한민국 동행세일 참가, 상인들에게 소독액과 마스크 지원 등 함께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앞으로 주차장 마련과 안내간판 사업을 추가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내 가게뿐 아니라 시장 전체의 상생에 앞장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나아가 앞으로 올림픽신발을 어떻게 이끌어 가실지도 궁금합니다.

아직 쉴 나이도 아니고, 젊은 사람들처럼 업종을 바꿀 것도 아니니 꾸준히 단골들을 보며 장사를 이어가야죠. 돈을 벌기 위해서보다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여는 가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고객에게 딱 맞는 신발을 전했을 때의 뿌듯함, 계속해서 누려야지요.

올림픽신발
· 주소 : 경기 김포시 양촌읍 양곡1로 35
· 전화 : 031-981-6402
· 영업시간 : 09:00~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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