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共感

디자이너 키즈 브랜드 '말랑피치'

이소영 서수현 공동대표

INPUT SUBJECT

국내 전체 창업가 중, 여성 창업자의 비율은 8%. 그중 ‘엄마’ 창업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집계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적다. 불모지 같은 현실 속에서 창업과 육아를 동시에 해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지난해 9월 론칭한 아동복 브랜드 ‘말랑피치’의 두 대표 이소영(42), 서수현(41) 씨다. 론칭한지 6개월 만에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현재 온라인과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육아도 병행하며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들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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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매출 7백만 원에서 월 매출 5천만 원이 되기까지

따끈따끈한 신생 브랜드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강남 신세계백화점에 자리 잡은 말랑피치 팝업스토어에는 젊은 엄마들로 넘쳐난다. 트렌디한 엄마들 사이에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브랜드란 걸 증명하듯 내 아이에게 좋은 옷을 입히고 싶은 엄마들로 북적인다. 국내외 유수 여성복 니트 디자이너로 십 년 넘게 경력을 쌓은 이소영과 우븐 디자이너로 십 년 넘게 활동한 서수현. 두 사람이 함께 만든 말랑피치는 론칭 초기 월 매출 7백만 원에서 현재 5천만 원까지 오르며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 편하지만 잘 만든 아동복을 찾기란 쉽지 않고, 어렵게 내 마음에 쏙 드는 옷을 발견하면 가격이 너무 비싸서 슬그머니 내려놓게 되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공감할 거예요. 저희 역시 그랬고요. ‘편하고 잘 만든 옷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자’는 이상적인 생각이 실천되어 엄마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온라인 운영으로 시작했어요. 홈페이지와 SNS을 이용해 홍보를 시작했는데, 아동복 사업을 늦게 시작한 만큼 온라인 홍보로는 부족함을 느꼈죠. 사입이 아닌 100% 자체 제작을 하기에 고객들이 직접 보고 만져보면 100% 만족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만날 수 있는 플리마켓과 팝업스토어에 부지런히 참여했죠.

예상대로 고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고, 엄마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 타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한 전략 없이 정직하게 옷을 만들고, 홍보했더니 6개월이란 시간 안에 강남 신세계백화점까지 팝업스토어를 오픈할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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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음과 장인정신이 담긴 아동복

현재 의류업계는 포화상태다. 몇 년 전만 해도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던 아동복도 점차적으로 레드오션의 길로 접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성공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없기에 섣부른 도전을 경고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신규라는 벽을 넘어 당당히 인기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는 말랑피치. 이른바 레드오션 속에 숨은 블루오션으로서 살아남은 반가운 성공케이스라 불리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말링피치의 경영 비결이 궁금하다.

“ 아동복 브랜드와는 어울리지 않은 단어처럼 들리겠지만, 저희는 ‘장인정신’을 고집해요. 퀄리티를 우선으로 한다는 뜻이죠. 디자인을 강조한 브랜드는 많지만, 막상 입히고 세탁해보면 금방 변형되어 못 입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디자인과 색감뿐만 아니라 좋은 소재와 꼼꼼한 바느질에 주력하며 기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합니다.

아이 옷은 세탁을 자주 하기에 부모 입장에서 분명한 매력 포인트가 되는 것이죠. 또한, 디자인만 예쁘면 고객들에게 빠르게 사랑을 받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방 외면받는다는 사실을 과거 여성복 디자이너로 활동할 때 절실히 깨달았어요. 요즘 엄마들의 안목은 정말 높아요. 미국, 유럽스타일까지 유명 브랜드에 대해 척척 알고 있죠. 그러다 보니 눈속임 형태의 마케팅 혹은 판매 방식을 취하면 악영향을 미치죠. 진정성으로 다가가야만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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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만 알았던 두 사람이 겪은 일 년간의 시행착오

말랑피치를 론칭하기 전, 한 여성복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십년간 함께 일한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결혼과 출산을 겪으며 자연스럽게 아동복에 관심을 갖게 된다. 알고지낸 십년 동안 쌓인 공감대가 창업이란 결실을 맺었다. 결코 쉽게 도전한 일은 아니었지만, 두 사람은 일 년여 만의 준비과정 속에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회사를 다닐 때 디자인 말고는 문외한이었던 두 사람은 원단 선택부터 샘플제작, 공장 수배 등 모두 직접 발로 뛰며 하나하나 배워갔다. 난생 처음 하는 일이다 보니, 서툰 부분이 많았지만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차근차근 창업을 준비했다.

“ 원단구매비용, 제작비, 인건비 등의 규모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더라고요. 또한, 우리와 마음과 금액이 맞는 거래처와 협력업체를 찾기가 참 어려웠죠. 경기도 여성능력개발센터를 찾아가 지원 요청을 하기도 하고, 주변에 사업을 하는 선배나 동료들에게 계속 질문하고 답을 받으며 부족함을 채워나갔어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끝에 좋은 거래처 셀렉으로 100% 자체 제작을 할 수 있어,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말랑피치만의 아동복을 탄생시킬 수 있었습니다. 흔들림 없이 그 과정을 헤쳐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디자인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었던 것 같아요. 배운 게 도둑질이란 말처럼, 십 년간 해온 의상디자인 분야에 전문성을 가졌기에 창업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모든 직장인들의 꿈이 창업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창업을 희망하는 분에게 꼭 잘 아는 분야에 도전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직장생활을 하다가 음식점을 차리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 그건 잘 아는 분야도 잘할 수 있는 일도 아니잖아요. 창업에 대한 환상이나 동경을 버리고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 자신이 잘 아는 전문성 있는 분야를 발전시키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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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점은 채워주고, 넘치는 것은 나눠 갖는 사이

국내에서는 동업이란 가급적 피해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처음 두 사람이 동업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열이면 열은 부정적이었다. 주변의 걱정에도 서로에 대한 확신을 갖고 이들이 동업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분담했기 때문. 함께 디자인을 하되 꼼꼼한 성격의 소영 씨는 회계를 맡고, 부지런한 수현 씨는 홍보를 담당한다. 서로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고, 넘치는 것은 나눠 갖는다.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잘 수행한 덕분에 지금까지 불협화음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 저희가 동업을 결심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동업이라 하면 돈뿐만 아니라 사람까지 잃을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었죠. 그러나 십 년을 한 직장에서 함께 하며 비슷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동료와의 동업은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창업시장은 늘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이잖아요. 많은 변화 속에서 고민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담은 오직 경영자에게만 가중되는 경우가 많죠. 또한, 금전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고요. 하지만 저희는 공평하게 투자하여 사업 초기 비용의 투자 리스크를 낮출 수 있었고, 엄마이기에 아이 때문에 일어나는 게인 사정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서로 배려하고 이해 할 수 있어 좋아요. 또 다른 나와 일하는 것 같아서 큰 의지가 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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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에서 다시 되찾은 이름

자신의 정체성이나 자존감을 확인할 수 있는 루트는 다양하다. 그런데 엄마라는 이름 하나만 가지고 살게 되는 순간 모든 공급이 끊긴다. 직업적 성취부터 경제적 주도권까지 전부 다 내 손을 떠나버리기 때문이다. 출산한 기혼 여성에게 있어 경력 단절은 단순히 ‘돈 벌 데가 없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삶을 180도 바꿔버릴 만큼 결정적인 사건이다. 자신이 의미 없는 존재라고 아마 다들 한 번쯤은 느끼지 않을까.

“ 전업주부든, 워킹맘이든, 엄마 창업가든 자신의 행복을 위한 일을 찾는 게 중요해요. 서로 원하는 삶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가 행복한 엄마로 사는 게 최선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각자가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을 하고 싶은 데 여러 이유로 망설이고 있는 엄마들이 있다면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고 싶어요. 저희도 육아로 인해 몇 년 간의 경력 단절을 겪으며 많이 움츠러들어 있었거든요.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하니 체력도 더욱 떨어지고, 신경 쓸 일도 많아졌지만 삶의 만족도는 높아졌어요. 누군가의 엄마, 아내도 좋지만 모든 엄마가 자신감을 갖고 오롯이 나 자신으로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

슈퍼우먼으로 만들어준 남편의 지원

아이 돌보랴, 경영하랴, 디자인하랴 몸이 두 개라도 남아나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 뒤에는 든든한 지원군인 남편이 있다. 론칭 전부터 말랑피치의 성공가능성에 긍정적이었던 두 남편은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서포트를 하며 물심양면으로 아내를 돕는다. 소영 씨와 수현 씨는 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 두 남편 모두 저희에게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은 도움을 줘요. 론칭을 준비하고 여러모로 힘들었을 때 오히려 박차를 가하게끔 도와줄 정도로 지지를 아끼지 않아요. 업무적으로도 도움을 주는데요. 손재주와 그림실력이 뛰어난 수현 씨 남편은 의상이나 홈페이지에 필요한 캐릭터 작업에 직접 참여해 고객의 호응을 이끌었고, 저희 남편은 회사 출퇴근 전에 팝업스토어의 오픈준비와 마감정리를 도와주는 등 손발 걷고 도와줍니다. 워킹맘에게는 남편의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항상 믿고 따라주는 남편들에게 정말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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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펼쳐질 앞날이 더 궁금해지는 브랜드

앞으로도 아동복 브랜드는 지속적으로 그 수가 늘어갈 전망이다. 예쁜 옷을 입히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변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전쟁터 같은 아동복 업계 속에서 정직함과 특색 있는 디자인으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말랑피치. 비록 6개월 밖에 안 된 신생 브랜드지만, 십 년간 의상디자이너로서 쌓은 경험과 실력 그리고 엄마의 마음과 감성을 무기로 해 더 큰 그림을 그려나갈 이들의 앞날이 기대된다.

“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어요. 지금 상승세를 타고 있긴 하지만, 초기 투자비와 운영비를 제외하면 갈 길이 한참 멀었죠. 지금껏 그래왔듯이 온라인 판매를 베이스로 오프라인 판매를 더욱더 넓혀갈 예정이에요. 현재 사무실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 지속적으로 팝업스토어에 참여서 인지도를 쌓아 사무실도, 오프라인 매장도 오픈하고 싶어요. 나아가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중국과 일본에도 진출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국내 판매뿐 아니라 해외 판로의 기회도 본격적으로 모색할 예정입니다. ”

글 김청미 / 사진 방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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