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1

여수 최고의
아귀탕을 만나보세요

여수 까치식당 배재빈 대표

남쪽 바다를 품고 있는 여수는 식도락이 사랑하는 도시다. 간장게장 백반부터, 갓김치, 서대회무침, 갈치조림 등 발길을 사로잡는 음식이 거리마다 풍성하다. 그렇다면 맛의 도시에 오랜 시간 터를 잡은 시민들이 택한 맛집은 어떤 모습일까? 아귀찜과 아귀탕으로 한 동네에서 30년 가까이 ‘맛집’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 여수 여서동의 까치식당.

30년 전통 명품 아귀탕

외관은 평범해 보일지 몰라도 문을 열고 들어가 푸짐한 한상차림을 받는 순간 숨은 맛집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다. 첫째, 꼭 식사시간이 아니더라도 편안하게 음식을 즐기는 단골손님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둘째, 단순한 메뉴 구성으로 ‘아귀 요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수 있도록 입지를 굳혔다. 셋째, 관광지와는 비교가 안 되는 푸짐한 양으로 인심마저 넉넉하다. 넷째, 자극적이기보다는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깊고 진한 맛을 자랑한다. 마지막으로 가게 주인과 손님과의 관계가 돈독하다.

“아귀탕만큼은 여수 최고의 맛이라 자부합니다. 이건 정말 직접 맛보시면 알아요.”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아 2대째 까치식당을 운영하는 배재빈 대표는 맛에 있어서만큼은 타협의 여지를 두지 않는다. 그가 까치식당에 합류한 지도 어느덧 20년을 훌쩍 넘었다. 큰 욕심을 내기보다는 자신있는 아귀 요리를 이웃들에게 오래도록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식당을 이끌었다. 그 진심이 전해진 것일까. 까치식당은 코로나19 이후 배달?포장 주문을 더하자 타격을 입기는커녕 오히려 매출이 상승했다. 30년간 한 자리를 지키며 쌓은 신뢰가 힘든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한 것이다.

“그저 손님들이 잘 먹었다고 하면 그 한 마디에 피로가 다 풀려요. 내일 다시 문을 열 힘을 얻지요.”

손님들은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아귀탕 한 그릇으로 추위를 녹이고, 배재빈 대표는 손님들이 맛있게 비운 한 그릇에 마음을 녹인다.

코로나19에도 끄덕없는 저력

1993년 문을 연 까치식당은 어느덧 30년이 다 되어갑니다. 처음에 어떻게 식당 문을 열게 되었나요?

제가 어릴 때 집안이 사업 실패를 겪고 어려워졌어요. 그때부터 어머니가 식당일을 하셨는데 음식 솜씨가 좋으셨어요. 그걸 믿고 식당에 도전한 게 4~5번이에요. 보신탕, 오리탕, 삼겹살, 곱창 등 메뉴도 다양했습니다. 맛을 떠나 돈이 없으니 목이 안 좋은 위치에 식당을 차리게 되고, 운영 경험도 부족해 망하기가 일쑤였지요. 1993년에는 지금의 여서동, 문수동이 허허벌판이었거든요. 그곳에서 아귀찜, 아귀탕, 콩나물국밥, 김치찌개 등을 메뉴로 건 까치식당을 다시 차렸어요. 처음에는 메뉴가 여러 개였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좋은 아귀 요리만 특화해 지금까지 이어왔지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상권이 안정된 덕분에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습니다.

대표님은 어떻게 가게를 잇게 되었나요?

군대 마치고 본격적으로 식당일을 돕게 되었는데 자연스럽게 업이 되었습니다. 20대에는 친구들이 노는 동안 저만 서빙을 하고 있으니 참 싫기도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제가 식당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더라고요. ‘맛있다’라는 한마디를 듣고 싶어서 더 열심히 뛰어다녔죠. ‘ 먹었다’는 한 마디가 가장 큰 원동력이죠.

아귀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데요. 주요 메뉴 소개 및 맛자랑을 해주세요.

아귀찜, 아귀탕, 대창찜이 주요 메뉴입니다. 대창은 아귀의 위로 구하기 힘든 특수 부위에요. 좀 질기기 때문에 오랜 노하우로 잘 손질해 식감도 좋고 먹기 편하게 찜으로 선보입니다. 별미이지요. 아귀찜과 대창찜 반반 메뉴도 인기가 좋아요. 아귀탕의 경우 국물 맛이 정말 끝내줍니다. 아귀의 간, 일명 ‘애’는 워낙 소량이라 구하기도 힘들거든요. 저희는 안정적인 거래처를 통해 수급해 탕에 갈아 넣습니다. 저희 집의 비법으로 국물 맛이 더욱 담백하고 고소해집니다.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맛으로 여수에서 상위 1%는 된다고 자부해요.

아귀 전문점이다보니 어떤 아귀를 어떻게 다루는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음식의 기본은 좋은 재료라고 생각합니다. 오래 장사를 한 만큼 믿을 수 있는 거래처를 통해 신선하고 좋은 아귀를 공급받고 있습니다. 특히 아귀는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겨울이 제철이거든요. 이때 아귀를 많이 수급해 급냉하여 보관하는 것도 비결이지요. 손질의 경우 이빨이 날카로워 조심해야 하고, 쓸개가 터져 살에 배면 쓴맛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신경씁니다. 비린내가 안 나는 생선이기 때문에 신선도만 유지한다면 그리 까다로운 재료는 아닙니다.

2대째 변하지 않고 내려오는 전통이 있을까요? 부모님께 얻은 가장 큰 배움은 무엇인가요?

예전부터 기본 반찬으로 물김치가 나가는데 이 맛에 반한 분들도 꽤 있습니다. 일주일에 1~2회 직접 담그고 있거든요. 그런데 무 써는 일이 만만치 않거든요. 이번에 큰맘 먹고 600만 원 짜리 무 써는 기계를 샀습니다. 까치식당의 물김치는 계속되니 기대해주세요. 부모님께서는 늘 정직, 성실, 책임감을 강조하셨어요. 종업원보다 더 먼저 나오고, 솔선수범하며 부지런히 움직이라고 강조하셨죠.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습니다.

인상 깊은 손님이 있을까요?

주변이 아파트 단지라 다 동네 주민들이거든요. 서로 함께 커가는 모습을 봐온 단골이시죠. 그런데 거의 주말마다 부모님을 모시고 순천에서 저희 집을 찾는 손님이 계세요. 차로 40~50분이면 절대 가까운 거리가 아니거든요. 겸사겸사 오신다고 하지만 멀리서 꼬박꼬박 찾아주시니 감사한 마음에 더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요.

가게 운영에 있어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도 궁금합니다.

코로나19로 많은 자영업자가 힘들었는데 저희는 다행히 배달을 시작하면서 매출이 유지되더니 최근에는 기존보다 더 올랐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돌파구를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최근 고민은 날로 높아지는 식자재 값입니다. 요식업을 하는 분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부분일 텐데요. 식자재 값이 올랐다고 함부로 메뉴 가격을 올릴 수 없거든요. 요즘처럼 다들 어려운 시기에는 더욱이요.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선정 백년가게로 인증받았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앞으로의 각오도 함께 전해주세요.

백년가게라고 하니 솔직히 부담이 되면서도 뿌듯합니다. 정말 백년까지 길게 이어가기 위해서는 초심을 잃지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처음 20평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 이제는 100평 대로 넓어졌는데요.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이 자리에서 손님들과 좋은 음식을 나누며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싶습니다. 천직이라 생각하고 부모님이 쌓아오신 명성을 오래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수 까치식당
· 주소 : 전남 여수시 여문문화길 76
· 전화 : 061-652-4346
· 영업시간 : 11:00~21:30(둘째, 넷째 주 월요일 휴무)
· 주요메뉴 : 아귀찜, 아귀탕, 대창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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