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2

울진의 바다밥상을 만나보세요

대구 동해회집 김월랑·박영태 대표
대구 동해회집

음식은 기억을 소환하는 힘이 있다. 그리운 고향 풍경, 학창 시절의 추억, 유난히 치열했던 어떤 하루가 음식 하나로 금세 되살아나곤 한다. 1995년부터 대구 수성구에 뿌리내린 동해회집 김월랑 대표도 마찬가지이다. 그녀에게 생선김치는 곧 어머니이다. 어머니의 손맛이고, 어머니의 사랑이며,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다. 동해에서 잡히는 횟대를 숭덩숭덩 썰어 염장과 발효를 거친 후, 바닷물에 절인 배추 사이사이에 속과 함께 켜켜이 넣으면 시원하면서 감칠맛이 배가된 생선김치가 탄생한다. 어머니의 맛이고 고향 울진의 맛이었다.

“외할머니가 어머니에게, 어머니가 저에게 전수해준 울진의 토속 김치에요. 생선김치를 늘 담갔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더 간절해졌어요. 제대로 맛을 내고 싶다, 이 맛을 오래도록 지켜내고 싶다는 사명감이 생기더라고요. 생선김치가 꼭 어머니같았거든요.”

덕분에 동해회집에 가면 경북 울진의 바다밥상을 그대로 만나볼 수 있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소박하지만 특별한 울진 토속 밥상을 김월랑 대표는 그대로 재현했다. 그중에서도 생선김치 쉽게 맛보기 힘든 별미 중의 별미. 코로나19로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지자 울진의 토속 김치와 식해를 특화해 전국 판매망을 갖춘 것도 그녀의 아이디어였다. 불황을 이기는 전략인 동시에 생선김치를 널리 알려 명맥을 제대로 잇고자 하는 뜻이었다. 덕분에 횟대가 들어간 생선김치, 살캉한 오징어가 들어간 오징어김치, 새콤달콤한 가자미식해와 오징어식해는 전국 곳곳 누군가의 식탁에서 언제가 특별한 기억을 소환할 맛으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자연에서 맛을 찾은 건강한 한 상

1995년 문을 연 동해회집은 29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계십니다. 창업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남편(박영태 씨)과 제가 모두 울진 출신이거든요. 결혼해서 대구로 이사와 살고 있는데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어요.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바다를 늘 곁에 두고 살아왔으니 횟집을 한번 열어보자 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싱싱한 횟감 보는 눈은 정확하죠. 여기에 생선김치, 멸치젓갈, 꽁치젓갈 등 어릴 적부터 상에 오르던 반찬을 곁들였습니다. 제가 울진에서 먹고 자란 그대로 상을 차려드렸죠.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회를 즐기고, 반찬으로 나오는 생선김치와 식해는 온라인 판매 메뉴로 특화한 이원화 전략이 눈에 띕니다. 동해회집의 경쟁력이 더욱 돋보이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코로나19로 자영업자가 다들 힘들었잖아요.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전국 택배가 가능한 메뉴가 경쟁력이 있겠더라고요. 마침 생선김치를 소개한 방송을 보고 온라인 판매 업체에서 연락을 주셨어요. 생선김치는 제대로 전통을 잇고 싶어서 연구를 많이 했거든요. 주먹구구식으로 담그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시도 끝에 최적의 맛을 낼 수 있는 정량을 연구했습니다. 온라인 판매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울진의 생선김치와 식해를 알릴 기회가 생겨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현재 스마트스토어, 쿠팡, 이지웰 온라인 몰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 생선김치 장인으로 꼽히는 대표님의 김치가 궁금합니다.
생선김치에 들어가는 횟대는 염장 후 일주일 숙성한 다음, 양념 후 다시 20일 정도 숙성해 김치 속으로 활용합니다. 살은 남고 뼈만 삭히는 게 기술이죠. 좁쌀이 들어가 생선의 쫀득한 맛을 더해주고, 비린 맛도 잡아줍니다. 생선에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건강에도 좋고요. 손님들의 요구에 따라 동태, 갈치로도 담고 있습니다. 젊은 손님들에게는 오징어김치가 인기죠. 기본적으로 조미료, 설탕을 쓰지 않고, 저염으로 담그기 때문에 먹으면 속이 편하고, 물이 먹히지 않는다고 말씀하세요. 음식의 기본은 건강이라고 생각하며 만들고 있습니다.

저염에 설탕을 쓰지 않고 감칠맛이 살아있는 김치를 담기란 싶지 않은데요. 어떤 노력이 담겨 있나요?
어릴 적에는 바닷물로 배추를 절였거든요. 그 정도 농도로 간을 조절합니다. 간이 약해야 은은하게 생선을 삭힐 수 있거든요. 단맛도 설탕 대신 과일을 활용하죠. 사찰음식 보시를 많이 해봐서 자극적이지 않게 맛을 내는 방법을 많이 알고 있어요. 식당의 모든 반찬에도 설탕, 조미료가 안 들어갑니다. 아, 해파리냉채에만 설탕이 약간 들어가요.(웃음) 손님들이 심심하게 맛있기는 쉽지 않은데 동해회집이 그렇다면서 좋아해 주세요. 덕분에 어르신들도 속 편하게 잘 드실 수 있죠. 특히 주문이 들어오면 웬만하면 맞춤형으로 담가드리려고 해요. 갓 담가 드릴지, 적당히 삭혀서 드릴지, 젓갈의 양은 많은 게 좋은지, 간은 어느 정도가 좋은지 등을 여쭤보고 맛과 영양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조절해드립니다. 덕분에 레시피 노트만 10권 정도 있어요.

일찌감치 모든 레시피를 계량화한 점도 인상적입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생선김치와 식해를 단순히 상품으로 보지 않고 지켜야 할 전통으로 봤어요. 내가 안 하면 안 되겠다 싶어 나선 것인데요. 어느 날은 고춧가루를 더 넣기도 하고, 어느 날은 소금을 더 넣기도 하며 최적의 레시피를 찾아갔죠. ‘우리 엄마’ 음식이 세상에 나온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나 후대에 제대로 전승하려면 레시피 정리가 필수라고 생각했습니다. 덕분에 주문이 들어오면 배추 무게에 따라 육수 양을 정확히 계량해서 끓입니다. 남는 법이 없지요. 수학, 과학이 다 동원된다니까요.

횟집으로서 동해회집의 매력도 자랑해주세요.
남편 성격이 정말 깔끔하거든요. 회도 정갈하게 잘 썰어내요. 요즘같이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물회 한 그릇이 제격입니다. 물회소스 역시 조미료 없이 제가 천연재료로만 만들고 있거든요. 꼭 한번 즐겨보세요.

백년가게로 선정되었는데요. 대표님의 손맛을 이어갈 후계자가 있나요?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도 궁금합니다.
아들과 며느리가 하나씩 배우고 있어요.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정교하게 레시피를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걱정 없습니다. 요즘 설탕과 조미료로 맛을 낸 음식들이 식탁을 점령하고 있는데요. 자연에서 맛을 찾는 전통음식의 시대가 한번은 돌아오리라 믿어요. 건강한 토속 음식을 지켜간다는 사명과 자긍심으로 생선김치와 식해를 만들어야죠. 특히 한국인의 밥상 중심에는 김치가 있잖아요. 대구?경북에도 지역을 대표하는 김치 브랜드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제가 이름을 걸고 맛있고 건강한 김치를 만들어 브랜드로 키워가고자 합니다.

동해회집

· 주소 | 대구 수성구 신매로16길 16-2
· 전화 | 053-792-4060
· 영업시간 | 11:00~20:00
· 주요메뉴 | 모듬회, 물회, 자연산회, 생선김치, 오징어김치, 가자미식해, 횟데기식해, 오징어식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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