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共感

한의학, 의술과 문화가 함께 하죠

최주리 창덕궁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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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건강 정보도 넘쳐 난다. 하지만 자신의 몸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흡수하는 무분별한 정보로 과연 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 내 몸을 바로 아는 것이 건강의 시작이라며 온 신경을 집중해 진맥을 하는 최주리 창덕궁한의원 원장. 그녀는 사람을 살리는 의학이자 일상 속 건강한 문화로서 이 시대 한의학의 역할을 말한다.

내 몸을 아는 것, 의학의 기본

창덕궁.창경궁 맞은편 운니동에 자리한 창덕궁한의원은 궁 지척에 자리 잡은 한의원답게 사상의학과 왕실전통 의학을 기반으로 환자들을 살핀다. 하얀 한복 차림에 단아한 미소로 단골들을 알아채는 최주리 원장. 초진 환자라면 진맥을 통해 사상체질부터 스캔한다는 그녀는 손끝만으로 신체적인 특징과 취약점을 단숨에 꿰뚫어본다.

“ 남들에게 좋은 약과 음식이 자신에게도 좋으리란 법은 없거든요. 타고난 몸의 성질을 먼저 알아야 약한 부분을 보하고, 강한 부분을 잘 다스릴 수 있지요. 사상체질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자신의 체질을 잘못 알고 있는 분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동안 체질을 고려해 신경 써온 약과 음식이 오히려 독이 되었을 수 있지요. ”

우리 몸의 장기는 발 묶어 달리기를 하듯 함께 달려야하지만 그 중 하나라도 뒤쳐져 불균형이 심해지면 병이 나고 만다. 최주리 원장은 균형이 깨진 요소를 찾고 이를 회복시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깊숙하게 들여다본다. 하루가 다르게 의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최주리 원장은 ‘전통적 가치’를 한의학의 매력으로 꼽는다.

“ 한의학은 오랜 시간의 시행착오와 반복을 거치고 수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 정교하게 자리 잡은 의학입니다. 현대를 살면서 전통적 가치를 실제 임상을 통해 과학적으로 증명해내고 있다는 사실이 참 놀랍죠. ‘내가 하는 행위가 생명의 관점에서 참일까’라는 질문을 자주 하는데 이 물음에 항상 믿음을 실어줍니다. ”

한의학은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과 객관적 연구의 산물이다. 2022년부터 국제보건기구(WHO)에서 국제질병분류에 한의학을 포함시킬 예정일만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주리 원장은 미국국립보건원(NIH)이 인류건강을 위해 정리한 의료 지향점(4P)이 놀랍게도 한의학에 고스란히 녹아 있음에 주목한다. 특히 우리의 한의학은 동아시아전통의학 중에서도 ‘사상체질이론’이라는 1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최신지견을 가지고 있다. 박제된 의술이 아닌 이 시대와 생생하게 통하는 의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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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약, 운동으로 기운을 채우다

창덕궁한의원은 ‘사상체질’과 함께 ‘식치약치’, ‘양생공’ 3가지 콘텐츠로 우리 몸을 살리는 한의학을 전하고 있다. 식치약치는 음식과 약을 맥락에 맞게 섭취하는 것을 말한다.

“ 왕실에서는 차, 죽, 떡도 내 몸에 맞게 가려 먹었습니다. 기록으로 남은 왕실식치를 기본으로 건강하게 먹는 법을 권합니다. 사실 몸이 건강할 때는 아무 음식이나 먹어도 괜찮아요. 하지만 균형이 깨져 약용식물이 필요한 경우 내 몸에 맞지 않게 먹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지요. 약이 되는 식물은 주의를 기울이는 게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식용식물과 특수한 약용식물을 제대로 구분하고, 약용식물을 환자 몸에 맞게 처방하는 게 한의사의 역할이죠. ”

양생공은 몸의 기운을 채우는 동양적인 움직임으로 환자 스스로 몸을 지키는 방법으로 권하고 있다. 아래는 따뜻하고, 위는 차갑게 기운을 모아 자연스럽게 순환시킴으로서 기력을 키우는 것이다.

“ 쉽고 간단한 절 운동을 추천해요. 몸을 완전히 접었다 펴는 동작은 풀무질하듯 호흡을 깊게 하고 하체운동을 시켜줍니다. 처음에는 횟수에 관계없이 아침, 저녁 5분으로 시작해서 5~10분 씩 시간을 늘려 30분 정도 하면 좋습니다. 이것으로 기운을 다 챙길 수 없을 때 나를 도와주는 지구상의 자연에너지, 한약으로 보충하는 것이고요. ”

자신의 몸을 제대로 알고, 스스로 기력을 키운 다음 음식과 한약으로 보충하는 길을 찾는 최주리 원장. 사상체질, 양생공, 식치약치는 몸 전반의 조화를 균형있게 이끄는 처방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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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산업협동조합, 곧은 목소리를 내다

한의학은 숱한 오해를 해치며 발전해왔다. 과학적이지 않다, 오히려 몸을 상하게 한다, 약재를 믿을 수 없다는 등이 대표적이다. 최주리 원장은 잘못된 편견을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풀어내는 쪽을 택했다. 한약을 먹으면 간이 상한다는 오해를 풀기 위해 혈액 검사를 직접 시행하여 간수치를 보여주고, 약재에 대한 불신, 잘못된 한약 섭취를 통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한의산업협동조합’이라는 중소기업 협동조합을 직접 조직했다.

“ 한의사가 한약재 유통까지 관여할 수 없는 구조임에도 한약재 불량 이슈가 생기면 한의사나 한의학 자체의 문제로 부각됩니다. 일부 의사의 이유 없는 한의학 폄훼로 불신이 조장되는 일도 있고요. 이에 좀 더 조직적, 산업적 측면으로 대응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

한의학을 올바르게 알리고, 유통 구조의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힘을 모은 협동조합은 공동구매, 한의약 홍보, 체류형 의료관광 등에 두루 힘을 쏟고 있다. 구체적으로 바른 한약재 농사를 짓는 생산자와 연대하여 안전한 한약재 공급을 위한 직거래 사업에 동참하고, 국산 한약재 활성에 힘을 보탠다. 한방 의료기기와 소모품 등 한방병의원 운영에 필요한 물품의 품질 관리를 위한 인증 사업을 추진하여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불량회사를 걸러내는 데도 앞장설 계획이다. 한의약의 전문가로서 사회전반에 걸친 잘못된 한의약 상식을 바로 잡는 역할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 한의학은 의학이면서 문화적인 성격도 강합니다. 의학적 측면에서는 더욱 투명하고 안전하게,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좀 더 올바르고 글로벌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

한의학에 관한 적극적으로 풀어나가는 최주리 원장.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잘못된 오해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발행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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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오해 풀고 잠재력에 주목하자

희끗한 머리의 어르신부터 인근의 직장인까지 창덕궁한의원을 찾는 환자는 다양하다. 한의학에 대한 오해가 많다고 하지만 최주리 원장 덕분에 한의학의 놀라운 효능을 체험한 이들도 상당수다. 홍삼의 경우 누구에게나 좋은 약재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한국인 상당수에 해당하는 소양인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불필요한 열이 몸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혈관출혈과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눈충혈, 구내염, 코피, 자궁출혈 등의 증상이 있다면 특히 유의해야 한다.

“ 각혈, 토혈로 오랫동안 고생해온 할머니가 오셨는데요. 체질에 맞지 않는 홍삼 섭취를 중단하여 증상을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간수치가 높아 3년 동안 병원에 다니던 청년은 차도가 없자 간호사인 누나의 소개로 한의원을 찾았습니다. 몸에 맞는 한약 처방으로 한 달 만에 수치가 떨어진 사례가 있고요. 갑상선항진증 약의 과다 처방으로 저하증이 된 환자는 한의학으로 몸의 균형을 맞춘 후에 기능이상을 치료할 수 있었죠. ”

최주리 원장은 다양한 환자 사례를 공유하면서도 한의학만이 유일한 정답이라고 고집하지 않는다. 단, 한의학과 서양의학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상생의 관계로 발전하길 바란다. 환자의 건강을 우선순위에 놓는다면 서로의 경계를 허문 협진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 한의학이 건강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쓰고 싶습니다. 사상체질, 식치약치, 양생공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힐링 콘텐츠이거든요. 세계 각국에서 우리 전통 한의학을 체험하기 위해서 한국을 찾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한의학이 한류의 새로운 본진이 되는 것이죠. ”

한의학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오해와 편견에 갇혀 억눌려온 것은 아닐까. 환자를 살리는 의학으로서의 한의학, 균형 잡힌 건강을 이끄는 문화로서의 한의학. 최주리 원장은 이 두 영역을 오가며 한의학의 가치를 올곧게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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