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共感

내 방이 공방이 되다, ‘하비풀(hobbyful)’

양순모 대표



요즘 2030세대의 행복 담론으로 ‘소확행(小確幸)’이 떠오르고 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이 단어는 1986년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 처음 등장했고, 30여 년의 시간을 거쳐 한국에 정착했다. 우리나라에도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추구하고, ‘가격보다는 마음의 만족(가심비)’을 찾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평범한 행복, 소소한 가치에 집중하는 행복 키워드가 대중의 공감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기에 가장 쉽고 편안한 장소는 집이다. 집은 안식처를 넘어 놀이공간이자 나만의 아지트로 여겨지고 있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의 성장은 이런 경향을 잘 보여준다. 업체가 선정한 상품을 정기적으로 배송받는 정기구독 서비스다. 잡지나 우유 등에 머물렀던 정기구독 상품은 꽃, 화장품에 이어 취미생활까지 확대됐다. 프랑스 자수, 수채화 그림, 에코백 등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핸드메이드 키트를 한 달에 하나씩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하비풀(hobbyful)’은 20~30대 여성들에게 호응을 얻으며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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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칭 후 1여 년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 하비풀

지난해 5월 정식 출시된 하비풀은 ‘하비(Hobby)’와 ‘뷰티풀(Beautiful)’의 합성어로 ‘취미와 만나 아름다워진 일상’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취미를 정기 구독한다’는 개념으로 고객이 사이트에서 취미를 선택하면 DIY키트를 배송해주고, 온라인으로 강의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집을 근사한 공방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다. ‘워라밸(Work-Life-Balance)’이나 ‘욜로(You Only Live Once)’의 현상에 주목한 양순모 대표는 “기능적인 존재로만 살던 사람들이 자기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또한, “시간이 없거나 혹은 가격이 비싸서 취미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취미 생활이 가능하도록 물리적 제약만 없애는 것뿐만 아니라 내적 성장에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하피풀을 론칭했다”고 밝혔다.

직장 생활이나 육아 등으로 인해 취미를 즐기지 못하는 20, 30대 여성을 타깃으로 잡은 하비풀은 3만 원대의 합리적인 비용으로 양질의 강의 콘텐츠와 DIY키트를 제공하며 ‘97%’라는 높은 고객만족도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 결과 창업 초기 500명이었던 월 구독자가 현재 3,000명을 돌파하였고, 월 매출액 8,500~9,000만 원에 도달하게 되었다. 양 대표는 “취미활동을 시작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던 분들이 하비풀을 만나 용기를 가지고 취미생활에 도전하고 있다”며, “누구든 쉽고 간편하게 취미를 즐기도록 도울 수 있어 보람된다“고 짧게나마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하비풀은 여유롭고 아름다운 일상을 즐기고 싶지만, 다양한 이유로 인해 이를 즐기지 못했던 이들에게 새롭고 풍요로운 일상을 선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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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만족을 이끌어낸 양질의 온라인 강의와 DIY키트

하비풀 이외에도 취미키트를 판매하고 배송하는 업체가 있다. 하비풀이 경쟁업체 사이에서도 많은 고객의 마음을 훔친 비결로 ‘손수 제작한 양질의 콘텐츠’를 뽑을 수 있다. 어떠한 기교나 꾀 없이 고객만족을 위한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양 대표는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과 우리가 제공하는 품질이 일치해야 한다”며, “늘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려 노력했기에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채화 클래스의 경우 이런 하비풀의 의도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보통 클래스가 소진되는 데에 한 달 이상이 걸리는데, 수채화 클래스의 경우 3주 만에 판매가 종료되었다. “수채화 클래스의 인기는 퀄리티 높은 도안의 힘이 컸어요. 예를 들면 수채화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들은 한 번의 붓터치를 하는 것조차 어려워하기 때문에 이에 맞춰 튜토리얼 과정을 디자인한 것이죠. 또한, 수채화는 물을 조절하는 게 관건이기에 그 노하우를 자세히 설명해주는 클래스를 제공해 많은 분의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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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풀은 온라인 클래스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취미키트를 파는 것이 아니라, 배움과 체험의 재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양 대표는 “물건과 연결된 문화적 경험, 즉 취미문화를 전문 아티스트의 강의를 통해 경험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는데 노력을 기울인다”고 전했다. 이처럼 하비풀은 아티스트와 개인의 만남을 연결하고 있다. 아티스트가 일반 고객에게 접근하기는 여러모로 쉽지 않다. 하비풀은 이 지점에서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스템 문제를 해결하여 가격을 낮추고, 아티스트와 DIY키트의 난이도를 협의하여 초보자들도 쉽게 취미를 즐기도록 조절하며 경쟁업체들보다 조금 더 넓은 타깃을 공략하고 있다.

노인 고용 문제 DIY 키트를 제작으로 풀어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OECD 96개국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갈수록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지만, 어르신들을 위한 대안적인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비풀은 취미키트의 조립·생산·포장 과정을 고령층의 손길에 맡기고 있다. 양 대표가 창업에 뛰어든 이유가 노인 일자리 문제 해결에 기여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었다.

양 대표는 하비풀을 창업하기 전 쪽방촌 어르신들을 도와 꽃가게를 2년간 운영했다. 이들은 반 평 정도의 공간에서 잠을 청하는 노숙인이었다. 어르신들이 꽃의 가지를 친다든지, 포장지를 다듬는다든지 꽃꽂이를 하기 위한 사전 준비를 하고 플로리스트가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했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최종적으로 작업한 형태 그대로 소비자에게 닿지 않으니 어르신들이 자긍심을 갖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꽃꽂이 클래스를 열면 100명의 문의자 중 실제 참여하는 고객은 10명이 채 안 됐었다. 주 신청자인 20~30대 여성들이 시간과 비용, 체력적인 면에서 클래스 참여에 부담을 느낀다는 점에서 실패 요인을 찾은 양 대표는 ‘그렇다면 직접 취미를 배달해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비풀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시작되었다. DIY키트를 제작이 핵심인 하비풀은 어르신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생산공정을 작업하고 최종 작업물을 고객에게 배송하고 있다. 그는 “사업 아이템을 정한 뒤 고령층에 생산을 맡긴 게 아니라 고령층에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만한 사업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다 시작한 사업”이라며, “취미키트는 어르신들도 쉽게 생산할 수 있고 수익성도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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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갖춰야 할 세 가지 요건

양 대표는 하비풀을 이끌어오며 겪은 어려운 점을 떠올리며 스타트업이 갖춰야 할 요건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사람이다. 현재 하비풀은 양 대표를 포함한 초기 멤버 5명이 구축이 되어 운영되고 있다. 양 대표는 직원과의 소통을 중시한다. 보통 2주의 한 번 정도는 개인 면담을 진행해 직원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혹은 회사 내에서 맡아야 할 역할과 회사의 핵심가치 등을 공유한다. “꾸준한 소통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왔다”는 양 대표는 “하비풀이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치지 않았음에도 여러 회사들과 제휴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직원 스스로 자신이 맡은 바를 성실히 수행했기 때문”이라며, “이직률이 높은 스타트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회사 내부의 상호존중이 기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자금 문제다. 양 대표가 꽃 사업을 할 당시에는 정부 지원금을 많이 받았지만, 하비풀을 론칭할 때는 창업 지원금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업의 내실화, 정교한 비즈니스모델의 설계에 집중했다. 그런 노력이 인정을 받아 하비풀은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로부터 2억 원을 유치할 수 있었다. 또한, 한창 성장 중인만큼 생산규모가 늘어나다 보니 그에 맞는 자금이 필요했던 하비풀은 최근 신용보증기금의 펀딩을 받기도 했다. 창업 1년여 만에 빠른 성장세와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양 대표는 “내 아이템과 회사에 확신이 있고, 그것을 이끌어갈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계획 있으면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손 내밀어 주는 곳이 있을 것”이라며, “스타트업은 자금 문제를 피해갈 수 없는 구조이지만, 그림을 크게 그리고 사업을 내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양 대표가 중요시하는 부분은 내부 브랜딩 즉 기업 문화다. 리더가 회사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문화가 회사를 지배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양 대표는 “설령 제가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회사에서 축출되더라도 회사는 존재해야 할 텐데, 브랜드가 아닌 리더가 회사를 지배하고 있으면, 회사는 존재가치를 잃게 된다”고 조언했다. “내부 브랜딩이란 우리가 무엇 때문에 이 사업을 하고, 무엇 때문에 이 사업은 안 하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이런 확고한 내부 브랜딩을 통해 회사의 철학이 잡히면 의사결정도 수월해지고 회사 전체가 잘 운영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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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를 연결해주는 소통 지향적 기업을 꿈꾸며

삭막한 사회적 분위기 탓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허탈감과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취미를 가져라’라는 조언을 하는데, 그 이유는 취미는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또 시간과 비용을 자발적으로 들이며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시간이 부족하고, 거리가 멀어서 취미를 갖지 못하는 분들에게 대안을 만들어드려 스스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나다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회사가 되고 싶다”며, “요리, 인테리어 등 손으로 만들 수 있는 취미의 모든 것을 다루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금까지 하비풀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온라인 강의를 진행할 아티스트를 한 명 한 명 직접 콘텍트하며 진행해왔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더욱 활발한 운영을 위해 분기별이나 반기별로 아티스트를 공개적으로 모집하여, 한 달에 4~5개 정도의 클래스를 동시에 론칭하고자 한다. 고객의 다양한 니즈 채우기 위한 양 대표의 노력이다.

또한, 하비풀은 장기적으로 국내 시장의 리더가 되는 것뿐 아니라 일본과 대만 시장을 타깃으로 글로벌 서비스화를 펼칠 계획이다. 더 나아가서는 어르신들을 위한 건실한 일자리로서 자리 잡아 그들의 의식주를 도울 수 있는 타운을 설립하고자 한다. 이처럼 하비풀은 단순한 취미클래스를 판매하는 기업이 아닌 우리 사회를 연결해 주는 소통 지향적인 기업을 꿈꾼다. 노인 일자리의 제공을 통해 어르신들과 소통하고, 고객의 불편함을 귀 기울이며 발전해갈 예정이다. 다소 어렵더라도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달려가는 하비풀의 앞날을 응원한다.

글 김청미 / 사진 박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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