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가구란 무엇일까? 취향과 생활방식에 따른 제각각의 답이 예상되지만 ‘좋은 가구점’에 대한 모범 답안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백년가게’로 선정된 성남 ‘우드아트’ 이종근·권영숙 대표와의 만남 덕분이다. 한 자리에서만 25년째 가구점을 이끄는 두 사람은 ‘친절’과 ‘믿음’을 입 모아 강조했다.
25년 한 자리, 고가구 하면 ‘우드아트’
“가구는 한번 구매하면 10년, 20년 이상 사용하거든요. 고심 끝에 장만한 가구 한 점이 공간에 편안하게 녹아들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가구 상태를 최상으로 손질해 고객의 집에 깔끔하게 배치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합니다. 가구가 놓일 자리의 먼지를 쓸고, 제대로 위치를 잡는 것은 기본이고 혹시 다른 가구의 망가진 부분이 보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해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손을 보고 나오죠. 제 성격이 그래요.”
열일곱 살 때부터 나전칠기 자개장 기술을 익힌 이종근 대표는 특유의 꼼꼼함과 타고난 손재주로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수공예에서 공장의 대량 생산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나전칠기 자개장 시장은 늘어나는 공급량에 비해 수요가 턱없이 부족했다. 생산량은 늘지만 사는 사람은 제한적인 자개장의 한계를 감지한 이종근 대표는 1998년 가구점을 열어 새로운 출발을 했다.
옛것의 우아함과 멋스러움을 간직한 고가구가 가게 입구부터 열을 지어 반기는 성남 중앙시장 앞 우드아트. 소나무, 편백나무, 오동나무 등 원목의 결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고가구는 10년이 아니라 100년 넘게 사용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낡아서 해지는 것이 아니라 손때가 묻고, 삶이 더해져 더욱 고풍스러워지는 가구. 우드아트 이종근·권영숙 대표가 꿈꾸고 지켜갈 ‘백년가게’의 모습 또한 그러했다.
대를 잇는 고가구, 백년가게로 잇다
1998년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한자리를 지키고 계신 게 놀랍습니다. 창업 당시의 상황은 어땠나요?
이종근 : 나전칠기 자개장을 15년 가까이 만들어왔기에 자연스럽게 가구점에 관심이 갔습니다. 처음에는 합판에 시트지 등을 붙인 일반 가구를 취급했어요. 그런데 10년 정도 지나니 ‘여기서 샀는데 자꾸 떨어진다’ ‘레일이 고장났다’ 등의 불만이 들어오더라고요. 사실 그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하나둘 삐걱대는 게 자연스럽거든요. 그런데도 고객으로서는 ‘여기 물건이 좋지 않다’라고만 느끼실 테니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권영숙 : 그 대안이 원목으로 만든 고가구였습니다. 원목 고가구는 잘만 관리하면 대를 이어서도 사용할 수 있거든요. 오래 쓸 수 있는 견고한 고가구로 하나둘 바꾸다 보니 어느덧 매장 전체가 고가구로 꽉 채워졌습니다. 15년 전부터 변화를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죠.
우드아트에서는 주로 어떤 가구를 만나볼 수 있나요?
이종근 : 소나무, 오동나무, 편백나무 등의 천연 나뭇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고가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매장에는 가정에서 많이 쓰는 거실장, 서랍장, 장식장 등이 주로 전시되어 있고요. 침대, 소파까지 구매할 수 있는 고가구 종류는 다양합니다. 협력업체인 공방에서 제품을 가져오고 일부는 주문제작을 하기도 합니다.
권영숙 : 원목 고가구는 견고하게 오래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유해물질이 없어 인체에도 해롭지 않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색이 달라지며 깊이를 더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가구가 지금까지 전해지잖아요. 그만큼 세대를 이어 쓸 수 있는 가구이고 싫증이 나지 않아요.
나전칠기 자개장을 만들며 익힌 기술과 안목이 고가구에서 더 빛을 발할 것 같습니다.
이종근 : 전문 가구점은 판매만 해서는 안 됩니다. 공장에서 나오는 물건도 상태가 제각각이거든요. 분명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보이는데 가격이 싸다고 대충 팔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안에 거친 부분이 있으면 사포질을 추가해 매끈하게 다듬고, 색이 균일하지 않으면 제가 덧칠을 합니다. 제 마음에 들 정도로 손을 봐서 소비자에게 선보이지요.
권영숙 : 겉은 멋있게 마감이 되어 있는데 안쪽은 그렇지 못한 가구가 종종 있어요. 사용하는 사람들은 안쪽 마감을 더 잘 보게 되잖아요. 공방과 소비자의 중간에 있는 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가구 하나하나를 대하고 있어요.
가구 전문점이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이종근 : 첫째도 친절, 둘째도 친절이라고 생각해요. 가구를 설치하러 가면 제가 판매한 물건이 아니더라도 A/S가 필요한 건 해주거든요. 가구가 까져있고, 틀어져 있는 걸 못 보는 성격이라서요. 큰 건 아니지만 고마워하시며 다시 방문하는 고객이 많아요. 가구를 설치할 시간에 집을 비운다고 열쇠를 맡긴 고객도 계셨어요. 그만큼 저희를 믿는다는 거죠. 상품을 사고파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친절과 믿음을 드리는 게 중요해요. 25년 한 자리를 지킨 덕이자 자부심이지요.
기억에 남는 고객도 많을 것 같아요.
이종근 : 3만 원짜리 소품을 3번이나 바꿔 달라고 오신 손님이 계셨어요. 별말 없이 바꿔주고 잊어버렸는데요. 1~2년 정도 지난 다음 몇백만 원짜리 가구를 단번에 구매해 가셨어요. 친절하게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운영을 하면 그것이 다 돌아온다는 걸 배웠지요.
권영숙 : 나이가 있는 어르신 한 분이 고가구는 턱없이 비싼 줄만 알고 몇 번을 머뭇거리다 장식장 하나를 사셨어요. 그게 마음에 드셨는지 너무 좋아서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다고 하시더라고요. 고가구가 처음에는 머뭇거려도 사용하다 보면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요. 손님이 좋아하는 모습에 저도 뿌듯했지요.
가구는 한번 사면 10년 이상 사용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데요. 어떤 판매전략을 가지고 계신가요?
권영숙 : 사실 가구는 매장에 어떻게 진열해 놓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거든요. 저희 매장은 규모가 작아 여러 단으로 쌓아 놓고 보여드리는 게 아쉬워요.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가구 박람회에 꾸준히 참가하고, 서현역 AK 백화점에서 특별 전시를 하기도 합니다. 요즘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분들이 늘고 있는데 가구는 직접 만지고 보는 게 중요하거든요. 특히 원목 가구는 질감, 색상, 견고함 등을 잘 따져 구매하는 게 좋습니다.
고가구는 옛것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이를 극복하는 게 중요한 숙제일 것 같습니다.
이종근 : 옛것만 고집해서는 고가구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지금의 생활방식이나 인테리어와도 맞지 않고요. 원목 고가구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하려고 저 또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방 꾸준히 소통하면서 요즘 시대에 맞는 가구를 함께 고민하고 제작하는 게 그중 하나입니다. 매장을 운영하며 수집한 고객들의 취향과 목소리를 공방에 전해 더 실용적이고 감각적인 고가구를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백년가게로 선정되었습니다. 소감과 함께 앞으로의 꿈과 목표를 전해주세요.
이종근 : 코로나19의 여파로 매우 어려웠는데 백년가게로 선정되어 심기일전할 수 있었습니다. 고가구가 그저 옛것이 아니라 어떤 공간에도 잘 어울리는 가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친절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믿을 수 있는 가구점으로 발전해가겠습니다.
권영숙 : 요즘 양평, 가평 등에 전원주택이 늘면서 공간을 고가구로 채우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한번 사면 평생을 함께하는 고가구를 자신 있게 선보이며 앞으로도 이 자리에서 백년가게의 가치를 이어가겠습니다.
우드아트
· 주소 : 경기 성남시 수정구 제일로 154
· 전화 : 031-751-9130
· 영업시간 : 오전 9시~오후 8시 30분(휴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