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2

3대가 함께하고,
3대가 이어 찾아요

창원 가포옛날영도집 사기동 대표

장어로 소문난 맛집, 가포옛날영도집

“3대가 잇는 가게라는 의미도 크지만 3대가 대를 이어 찾는 집이라는 게 더 멋있는 것 같아요.”

창원 일대에서 장어 맛 좀 안다는 이들이 첫손으로 꼽는 집. 1977년부터 3대에 걸쳐 명맥을 잇고 있는 ‘가포옛날영도집’의 3대 경영인 사기동 대표의 꿈이자 각오이다.

마산 가포 토박이인 1대 김춘자 창업주는 1977년, 가포해수욕장 유원지에서 횟집 겸 장어구이 가게를 처음 열었다. 소문난 관광지는 아니지만 찾는 이들은 꾸준한 해수욕장 입지의 횟집은 누구나가 생각하는 익숙한 풍경으로 20년 이상 자리를 지켰다. 예기치 못한 변화는 2000년, 집안 사정으로 가게가 급격히 어려워지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장남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어머니 혼자 붙들고 있던 ‘옛날영도집’을 이어받았다. 사봉경 2대 대표와 아내 윤정의 씨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장어’ 메뉴 하나로만 승부하는 장어구이 전문점을 구상했다. 가게 구석에서 식구들과 쪽잠을 자면서 깨어있는 모든 시간은 메뉴 개발에 집중했다.

“집안 사정이 말도 못 하게 안 좋았어요. 가게에서 방석을 깔고 자고, 화장실에서 씻어야 했죠. 가게 문을 꾸준하게 열 상황이 안 되니 이전에 오던 손님들의 발걸음도 차차 줄어 정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당시 아버지, 어머니가 늘 새벽까지 소스를 만드시던 모습이 기억나요.”

어려운 형편에도 마진율을 먼저 따지기보다 좋은 재료부터 먼저 찾았던 김춘자 창업주와 사봉경 대표. 이들의 흔들림 없는 뚝심은 서서히 빛을 발했다. 하루에 1~2팀만 오던 테이블이 차차 북적였고, 장어 맛을 제대로 아는 이들 사이에서 ‘이곳이 제대로’라며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2008년 마창대교 개통과 함께 가포 일대가 발전하면서 접근성까지 좋아진 ‘가포옛날영도집’은 지역에서 손꼽히는 ‘장어 맛집’으로 자리를 잡았다. 10년 가까이 고군분투한 끝에 얻은 타이틀이었다.

부모님이 맨손으로 가게를 일군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본 아들 사기동 대표는 그저 ‘돕고 싶다’는 마음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가게를 잇는 일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 길이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큰 책임감이 필요한지를 알기에 무작정 함께할 수 없다는 게 아버지 사봉경 대표의 철칙이었다.

보기 드물게 현재까지 3대가 함께 운영하는 가게. 어느덧 지역 맛집으로 우뚝 선 ‘가포옛날영도집’이 3대로 이어지기까지 얼마나 치열한 시간을 지나야 했을까? 20대의 3대 경영인으로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을 꿈꾸는 사기동 대표가 ‘가포옛날영도집’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려준다.

변화와 도전이 3대 경영의 힘

가포옛날영도집은 현재까지 3대가 함께 운영 중이라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계기가 있었나요?

부모님이 쉬는 날 없이 힘들게 가게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습니다. 나도 빨리 커서 돕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장사가 힘든 걸 아는 아버지는 반대하셨죠. 고3이 되자 진지하게 제 의견을 물으시더니 ‘장사에 그치지 말고 사업으로 생각하라’라며 서울로 대학을 가면 허락해주겠다는 조건을 내거셨죠. 그때부터 ‘내 길이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1년 동안 집중해서 공부해 서울로 진학을 했습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에요. 현장도 잘 알아야 한다고 해서 주중에는 학교에 다니고 주말에는 꼬박꼬박 새벽 버스로 오가며 가게에서 일했습니다. 그때 들인 버스비만 해도 상당할 거예요.

처음부터 목표가 뚜렷했기에 더욱 집중해서 길을 닦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경영학과 수업에서도 저희 가게를 모델로 삼았고, 틈틈이 서울의 유명한 장어집을 돌았어요. 군대에서는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식품영양학과 연합 동아리의 유일한 경영학과 멤버로 가입하기도 했죠. 해외여행을 가서도 인근 수산물 시장을 꼭 찾고, 유명 장어집을 찾아 혹시 주방을 볼 수 있냐고 부탁을 드리기도 했죠. 어린 친구가 열정을 보이니 주방을 오픈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제 별명이 장어왕자에요. 어릴 때부터 물고기 그림도 장어로 그렸거든요.

가게의 성장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것은 큰 동기부여이자 자극제가 되었겠네요.

단숨에 이룬 성과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부모님이 첫 3년 동안 다진 기반이 태풍 매미로 모두 쓸려가기도 했습니다. 다시 7년을 모아 가게 터를 넓히고 건물을 지으셨죠. 수익을 계속해서 가게에 재투자하신 것이죠. 손님들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주차장도 계속 넓혔고요. 밖에서 보기엔 어리석어 보여도 정성을 다하면 통하게 된다는 믿음이 지금의 가포옛날영도집을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홍보/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가포옛날영도집은 맛집으로 이미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어떤 점이 특별한 걸까요?

가장 자부하는 것은 ‘좋은 장어’입니다. 붕장어(바닷장어)를 사용하는데 최소 흑산에서 안흥까지 먼바다의 심해에서 잡은 장어만을 고집합니다. 단가가 kg 당 3~4000원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다른 집에서는 이런 장어를 쓰기 힘들 거예요. 구하기도 힘들고요. 오랜 거래처 덕분에 경매에서 가장 좋은 장어는 무조건 저희집으로 모인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또 장어의 품질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고가의 대형 냉각기를 갖춘 수족관을 갖추고 있습니다. 차가운 수온에서 약간 기절한듯한 상태를 유지해야 서로 물어뜯는 걸 방지할 수 있고, 몸 안의 배설물도 자연스럽게 배출되거든요. 이 장어 맛의 차이는 손님들이 먼저 알아채시죠. 나머지 재료는 할머니가 매일 새벽 시장에 가셔서 직접 구매하십니다. 마산어시장에서도 가장 좋고 비싼 건 저희 것으로 미리 빼둔다고 하시더라고요.

인상 깊은 단골도 많을 것 같습니다.

일일이 손꼽기 힘들 정도로 단골이 많습니다. 4년 전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꼭 오시는 국가대표 마라톤 선수 출신 노부부는 제 결혼식에도 찾아주셨어요. 수요일 5시마다 포장하러 오는 손님도 계시고요. 어릴 때부터 봤던 아주머니, 아저씨가 이제 손자랑 함께 찾는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해요. 3대가 이어서 찾는 가게라는 게 멋지잖아요.

부모님께 물려받은 가장 큰 배움은 무엇일까요?

아버지께서 3가지만 잘하면 적어도 유지는 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첫째, 꾸준해야 한다. 둘째, 정직해야 한다. 셋째, 도전해야 한다. 일단 요령 피우지 말고 성실하게, 원래 하던 대로 원칙을 지키는 게 우선이에요. 아직도 양념이나 장어를 굽는 일은 가족들이 직접 하고 있거든요. 오랫동안 해왔기에 가끔 다른 사람이 구우면 티가 난다고 해요. 음식 장사를 하면서 재료나 관리 면에서 정직함은 기본이고요. 여기에 더해 머무르지 말고 늘 할 수 있다는 자세로 새롭게 도전을 해보라고 하세요. 늘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요즘 시장이 워낙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20대의 3대 경영인으로서 고민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떤 도전을 준비하고 있나요?

저희 가게는 장어를 구워서 손님상에 내기 때문에 손님을 받는 데 한계가 있어요. 제대로 못 구워낼 것 같으면 손님을 더 이상 받지 않지요. 광고 하나 없이 창원 일대에서는 맛집으로 통하지만 지역 맛집에 머물지 않고 ‘장어’하면 누구나 ‘가포옛날영도집’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도록 키우는 게 제 꿈입니다. 그 도전의 시작으로 밀키트 제작을 위해 전문업체와 논의 중이고요. 저희 가게만의 매뉴얼을 체계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준비가 되어 있어야 기회가 오면 잡을 수 있으니까요. 또 열성적인 야구팬인 아버지의 마지막 목표가 야구장이 있는 8개 도시에 지점을 하나씩 내는 것인데요. 이를 실제로 이룰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도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저희 장어 맛을 선보이고 싶어요.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백년가게’ 선정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쉬는 날 없이 고생하신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에게 뜻깊은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제가 적극적으로 신청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이룬 성취를 잘 이어나가 ‘장어’의 대명사가 되도록 노력해야지요. 올해 아들이 태어났는데 3대에 이어 4대가 잇는 장어집 타이틀도 노려보겠습니다.

창원 가포옛날영도집
· 주소 :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해안길 37
· 전화 : 055-246-9294
· 영업시간 : 11:30~21:00(브레이크 타임 15:00~16:00, 9월~2월까지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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