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천을 따라 자리 잡은 양동시장은 광주뿐 아니라 전남 일대에서도 손꼽히는 전통시장. 북적이는 인파를 뚫고 고소한 기름 냄새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1969양동통닭’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1969년부터 튀기고 있어라~’라는 냅킨 속 구수한 문구처럼 양동시장에 터를 잡은 지 어느덧 53년. 양동시장에 가서 양동통닭을 빼놓으면 섭섭하다고 할 만큼 광주를 대표하는 통닭집으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1969양동통닭은 우리나라 최초로 프라이드 치킨을 선보였다는 자부심을 자랑한다. 치킨의 진가는 프라이드로 판가름 난다고 하지 않던가. 양동통닭의 특제 튀김옷은 바삭함 속에 고소함을 품고, 느끼함은 덜어낸다. 자극적인 감미료를 더하지 않은 덕분일까. 소금에 살짝 찍어 먹을 뿐인데 먹어도 질리지 않고 계속 손이 가는 맛이다. 갓 튀겨낸 따뜻한 치킨 한 마리에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매장의 정겨움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뿐인가. 따뜻하게 포장해온 치킨에 온 가족이 행복하게 둘러앉는 저녁 풍경을 1969양동통닭은 53년 동안 시민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1대 창업주인 김정순 님에 이어 아들인 장귀일 대표가 뒤를 이었고, 외손자인 허인회 씨까지 합류해 3대의 명맥을 지키고 있는 1969양동통닭. 여든일곱의 나이에도 여전히 정정하게 가게를 돌아본다는 김정순 창업주의 열정은 손자 허인회 씨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천연 곡물로 더 고소하고 바삭하게
3대가 여전히 함께 1969양동통닭을 운영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외할머니가 처음 어떻게 창업했는지 알고 계시나요?
1950년대에 양동시장 인근에 광주 중앙여중과 여고가 자리하고 있었는데요. 외할머니께서 학생들을 상대로 튀김집을 운영하고 계셨어요. 그런데 마침 양동시장에 닭전길이라고 닭을 바로 잡아서 손질해주는 곳이 있었거든요. 튀김집을 하는 김에 닭도 튀겨서 내놓은 게 시작이었다고 해요. 이전까지는 닭을 통째로 튀기는 통닭만 있었거든요. 그런데 할머니께서 닭을 조각내 튀김 반죽을 입혀 튀겨내니 색다른 맛에 반응이 뜨거웠죠. 우리나라 최초의 프라이드 치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튀김집을 운영한 노하우로 튀겨낸 닭이 인기를 얻으며 본격적으로 통닭집으로 변신을 한 것이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자리에서 이어가고 있습니다.
2대를 거처 3대까지 이어온 과정도 궁금합니다.
일이 바빠지니까 자연스럽게 가족들이 함께 돕게 되었어요. 그 중 삼촌(장귀일 대표)이 다른 곳에서 사업을 하다 본격적으로 운영을 맡게 되었고요. 저는 4년 전부터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시장에서 장사하는 모습을 어릴 때부터 봐왔는데 손님을 응대하며 바쁘게 돌아가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보이더라고요. 가족 사업이 지닌 의미와 가치도 잘 알고 있기에 도움이 되고자 고민 없이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반죽을 만드는 법부터 닭을 튀기는 법까지 처음부터 다 배우면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광주에서 소문난 통닭집으로 자리를 굳히셨는데요. 어떤 점이 남다른가요? 비법이 궁금합니다.
다른 치킨이랑 다르게 반죽에 메주콩, 들깨, 찹쌀 등 12가지 천연 곡물이 들어갑니다. 그것도 국산으로만 쓰고 있죠. 조미료는 일절 넣지 않고 곡물만 배합한 반죽으로 튀겨 맛이 고소하고 깔끔합니다. 간은 소금으로만 해요. 또 닭발, 똥집과 같은 부속 부위도 함께 넣기 때문에 색다른 맛을 즐기는 분들이 좋아하십니다. 무엇보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 자리에서 반죽해 바로바로 튀겨내 더 바삭한 맛을 즐길 수 있는데요. 기계식 튀김기가 아니라 수동으로 온도 조절이 되는 버너로 달군 가마솥에 튀깁니다. 그 적절한 튀김 온도가 저희 통닭의 비법 중 하나이고요.
특히 3대째 변하지 않고 내려오는 전통이나 원칙이 있나요?
국산 천연 곡물을 사용하는 게 변치 않는 맛의 비결이고요. 또 애써 찾아온 손님들이 헛걸음하지 않도록 365일 문을 여는 것도 경영 원칙 중 하나입니다. 예전에는 24시간 문을 열었다고 해요. 새벽에 일하시는 분이나 택시기사님들이 자주 찾으셨다고 합니다. 할머니께서 늘 강조하시는 부분이 손님을 향한 마음가짐이에요. 한분 한분 모두에게 정성껏 대접하라는 말씀을 가장 많이 하시죠. 저도 명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인 만큼 더욱 발전시켜가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같은 메뉴로 오랫동안 장사하는 게 경쟁력인데요. 변치 않음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소비자가 새롭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두루두루 살피며 반영하고 있습니다. 순살 메뉴를 더하고, 소스를 다양화한 것이 그중 하나이지요. 또 더 많은 손님이 즐길 수 있도록 북구 양산동에 직영점을 오픈했습니다. ‘양동통닭’이라는 유사상호를 붙인 가게가 여러 곳에 많은데 저희와는 상관없는 곳입니다. 양동시장 본점과 양산동 직영점, 광주 신세계백화점 푸드코트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 반죽부터 튀기는 방식이 달라 전혀 다른 맛이 나니 참고해주세요. 닭을 제대로 튀기는 법만 1년을 배우거든요.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맛이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가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셨을 것 같은데요. 그 위기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나요?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켜온 전통이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트렌드에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고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통닭 맛을 일정하게 유지해 온 덕에 오히려 차별점을 가질 수 있었죠. 인위적이고 자극적인 맛을 첨가하기 보다는 천연 재료의 고소한 맛에 무게를 두고 건강한 치킨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습니다. 오직 1969양동통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치킨이라는 유니크함이 승부수가 되었습니다.
인상 깊은 고객 사례도 소개해주세요.
자주 방문하는 어머니와 아들 손님이 있는데요.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들의 몸이 약간 불편하더라고요. 치킨을 기다리는 동안 딱히 대화는 없는데 아들의 얼굴에 설렘과 행복이 가득해요. 그렇게 남기지 않고 다 드신 모습을 보면 뭉클하고 뿌듯합니다. 더 맛있게 해드려야겠다는 마음밖에 안 들어요. 명절에는 포장만 가능한데 1시간 가까이 기다리는 경우도 많아요. 다른 지역은 물론 해외에 사시다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해 찾아와주신 손님들도 많습니다. 세월이 지나도 생각나는 맛을 계속 유지해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죠.
창업주인 할머니와 함께 백년가게 선정의 기쁨을 누리셨을 것 같습니다. 소감과 함께 앞으로의 각오를 부탁드립니다.
할머니께서 정말 기뻐하셨어요. 본인도 이렇게 장사를 오래 할지 몰랐다면서 말이죠. 할머니가 잘 일구신 가게를 제대로 이어가야죠. 늘 손주들이 건강하게 믿고 먹을 만한 음식을 만든다고 하셨는데요. 저 역시 그 진심을 이어가겠습니다.
·주소 : 광주 서구 천변좌로 260-1 (양동시장 본점) / 광주 북구 양산로 41(직영점)
·전화 : 062-364-5410
·영업시간 : 08:00~23:30(연중 무휴)
·주요메뉴 : 프라이드치킨, 양념치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