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1

모둠회, 부담 없이 즐기세요

대전 형제횟집 이강호 대표

대를 잇는 가게는 선대 창업주의 명성과 업적을 기반으로 하기 마련이다. 오랜 세월에도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켜온 가게의 가치를 새로운 세대가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는 크다. 그런데 적자를 면치 못하는 가게라면 어떨까? 대전 중리시장 내에 자리한 형제횟집은 존폐의 갈림길에서 아들 이강호 대표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합류한 지 5년, 그는 보란 듯이 전세를 역전시켰다.

중리시장 횟집의 변신

“정말 치열하게 매달렸어요. 생선회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운영 방식도 싹 바꿨습니다.”

시내 복판도 아닌 대전의 변두리에 자리한 횟집은 이제 일부러 찾아와서 먹는 맛집으로 탈바꿈했다. 메뉴는 단순해졌고, 고객들은 젊어졌다. 대전 중리시장 형제횟집에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겨울을 맞아 인기가 높은 대방어 손질에 여념이 없는 이강호 대표는 횟집 문턱을 낮추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횟집의 대중화를 꾀하다

1995년 문을 연 횟집인데요. 어떻게 출발한 가게인지 궁금합니다.

출발은 생선가게였어요. 부모님이 다른 상인들과 함께 중리시장에서 생선가게 겸 횟집을 운영하셨는데요. 이후 횟집을 인수해서 단독으로 운영한 게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중리시장이 평범한 동네 시장이거든요. 동네 주민을 대상으로 한 소박한 횟집이었습니다.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횟집 경영에 제법 이른 나이부터 뛰어들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대학 졸업 후 취업할 시기였는데 가게가 잘 안되는 상황이었어요. 2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니 심각했죠. 당장 취업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 가게를 살리는 게 더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2017년부터 함께하게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가게를 이어받는 게 아니라 기존의 횟집을 혁신하는 어려운 숙제와 함께 출발하셨네요.

무엇이 문제일까,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까를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일단 오래된 가게 이미지를 벗을 수 있도록 비수기인 여름 두 달 동안 대대적인 리모델링부터 진행했습니다. 좌식 테이블을 입식으로 바꾸고, 주방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가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새롭게 출발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공간 리모델링은 시작일 뿐,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무엇을 바꾸어나갔는지 궁금합니다.

메뉴 구성을 바꿨습니다. 이전까지는 활어회 전문점이었는데 숙성회로 바꿔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또 단품 메뉴를 없애고 모둠회로만 주메뉴를 구성했습니다. 일의 편의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일정하게 품질을 유지하기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사실 횟감이 좋을 때가 있고 안 좋을 때가 있는데요. 모둠회 구성을 통해 손님들에게 맛이 좋으면서 더욱 합리적인 가격으로 더 많은 양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입니다. 여기에 계절마다 꼭 떠오르는 대표 어종을 추가했습니다. 봄에는 주꾸미 샤부샤부, 여름에는 물회, 겨울에는 대하와 전어, 겨울에는 대방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횟집의 콘셉트 자체가 바뀌는 큰 변화입니다. 손님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기존 가게 분위기와 메뉴를 더 좋아하신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떠나게 되었어요. 대신 더 다양한 계층의 손님들이 새롭게 유입되었습니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많이 젊어졌죠. 사실 회는 일상적으로 먹는 메뉴가 아니잖아요. 저는 그 높은 장벽을 깨고 싶었습니다. 진입장벽이 낮은, 친숙하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시장 횟집을 콘셉트로 잡은 것이죠. 이를 위해 블로그, SNS 홍보도 적극적으로 했습니다.

그래도 식당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맛’일 텐데요. 어떤 노력을 더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회는 원물이 좋아야 합니다. 맛의 90%는 좋은 횟감에서 나옵니다. 신선도를 최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물고기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수조를 최상으로 관리합니다. 아무래도 내륙에 위치한 횟집이다 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수조에 고기들이 너무 오래 있지 않도록 소량씩 자주 납품받는 방법으로 극복하고 있습니다. 관리는 더 까다롭지만 회전율을 빠르게 유지하는 게 비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거래처는 오히려 여러 군데를 두는 편입니다. 거래처마다 주력 어종이 달라서 상황에 맞게 최선을 선택하죠. 숙성회 공부도 치열하게 했어요. 신경을 제거하고, 피를 빼고, 삼투압을 하는 것까지 정말 다양한 테스트를 거치며 최선의 손질법과 숙성법을 정착시켰습니다. 초장이나 물회 육수 등 기본 장을 직접 만들며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겨울이 한창입니다. 형제횟집에서 추천하는 메뉴는 무엇인가요?

겨울은 역시 방어의 계절입니다. 저희 가게는 기본 10kg인 대방어를 들여옵니다. 작은 사이즈를 대방어로 속이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맛을 보면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크기가 클수록 고소함이 다르죠. 여기에 저희는 숙성을 시키기 때문에 감칠맛까지 더해집니다.

형제횟집의 내일이 더욱 기대됩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 각오가 궁금합니다.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횟집, 가서 자리를 잡으면 알아서 차려주는 횟집, 가격 부담 없이 찾을 수 없는 횟집으로 키우고 싶어요. 한마디로 문턱이 낮은 대중적인 횟집의 성공 사례를 만들고 싶습니다. 대전 변두리의 동네 장사로 시작했지만 슬슬 다른 동네에서도 찾아오는 횟집이 되고 있습니다. 대전에서 ‘회 먹을까?’라고 했을 때 자연스럽게 ‘형제횟집 괜찮아’라는 말이 따라 나올 수 있도록 정직하고 성실하게 키우겠습니다.

대전 형제횟집

· 주소 | 대전 대덕구 중리로76번길 22(중리시장 내)
· 전화 | 042-624-2957
· 운영시간 | 11:30~22:30(브레이크 타임 15:00~16:30), 매주 일요일 휴무
· 주요메뉴 | 모둠 숙성회, 대방어 정식, 물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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