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2

광주 5味,
송정떡갈비의 원조

광주 송정떡갈비 1호점 유순복·오유경 대표
송정떡갈비

맛의 고장 광주는 기름진 호남평야의 곡물과 남서해안의 풍부한 수산물이 모이는 곳으로 예부터 풍성한 음식 문화를 일궜다. 그중에서도 특색있고 맛있는 지역 대표 음식을 ‘광주 5미(味)’로 선보이고 있다. ‘광주 한정식’ ‘광주 오리탕’ ‘무등산보리밥’ ‘송정떡갈비’ ‘광주김치’가 그 주인공. 이 중에서도 호불호 없이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메뉴가 송정떡갈비다. 진미를 만나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KTX 광주송정역에서 걸어서 7~8분, 광산구청 맞은편에 ‘송정떡갈비거리’가 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떡갈비 집 중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라면, 송정떡갈비를 처음으로 접한다면 ‘원조’를 찾아봄은 어떨까. 광주 송정에 떡갈비를 탄생시킨 원조의 숨결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송정떡갈비 1호점’이 5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말이다.

모녀가 함께 일군 원조 떡갈비

“송정떡갈비의 원조로 통하는 최처자 할머니께서 50~60년대에 밥집을 운영하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다져 동그랑땡처럼 모양을 내 구워낸 게 시작이었어요. 그때는 비빔밥이 주메뉴였는데 점점 찾는 사람들이 늘며 지금의 떡갈비로 발전하게 되었죠.”

최처자 할머니의 맛을 그대로 이어받은 유순복 씨와 딸 오유경 씨는 2대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진 고기를 여러 채소와 치대어 네모지게 반죽한 다음 불에 구워낸 육즙 가득한 떡갈비는 밥에 올려 먹어도 좋고, 쌈에 싸 먹어도 좋다. 정갈한 반찬에 기본으로 나오는 돼지 뼛국은 떡갈비가 구워지는 동안 뜨끈하게 속을 달래주고, 연탄불에 미리 비벼 나오는 비빔밥은 입맛을 살려주는 별미로 꼽힌다. 전국을 넘어 해외까지 소문난 집이지만 송정떡갈비는 의외로 소박하다. 손님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아담한 공간을 유지하며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다. 광주의 맛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품은 송정떡갈비 1호점은 정직하게, 정감 넘치게 남도의 맛을 지키고 있다.

맛과 정이 넘치는 건강 떡갈비

송정떡갈비거리에는 10곳 이상의 떡갈비 집이 모여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송정떡갈비 1호점’이 원조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떡갈비를 처음 만든 최처자 할머니께서 원래 운영하던 가게에서 나와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던 집을 새롭게 얻게 되었어요. 돼지 막사 자리를 개조해 식당으로 일군 것인데요. 덕분에 음식 솜씨와 눈썰미가 좋은 저희 어머니가 오며 가며 어깨 너머로 요리법을 익혔다고 해요. 할머니께서 식당을 그만두자 자연스럽게 이어받게 되었고요. 정식 허가를 받은 게 1976년이고 그 전부터 식당을 운영했으니 저희 모녀가 쌓은 시간만 50년이 훌쩍 넘네요. 주변 풍경이 많이 바뀌었지만 옛집 그대로 한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여러모로 원조라 할 수 있죠.

모녀가 함께 식당을 지키고 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2대째 식당을 잇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신부전증을 앓았어요. 거의 시한부 판정을 받을 정도로 심각했는데 투석을 받으면서 잘 버텨주셨어요. 어려운 사정을 알았기에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학교 끝나고 식당 허드렛일을 돕고, 12살 때부터 컵 설거지를 도맡았으니까요. 성인이 되면서 크게 고민할 필요 없이 식당을 함께 운영하게 되었죠.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가까이 있으며 도와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제일 컸던 것 같아요.

송정떡갈비의 원조로 명성이 높은데 생각보다 매장이 생각보다 아담합니다.
가정집을 개조한 그대로예요. 50평이 채 안 되고 테이블은 16개뿐이죠. 기다리는 손님이 늘고, 도로에 줄을 서야 하니까 10여 년 전, 길 건너에 2호점을 내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가 결혼 후 애를 낳다 보니 매장 2곳을 관리하기가 벅차더라고요. 제대로 못 할 것 같으면 접는 게 나을 것 같아 지금은 1호점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신 손님 한명 한명과 제대로 소통하려고 노력합니다. 한번을 와도 어디에 앉았는지, 어떤 차 키를 가지고 있었는지 특징을 기억해뒀다 다음에 오실 때 더 친근하게 안부를 물어요. 오히려 손님들이 깜짝 놀랄 때가 있죠.

송정떡갈비 1호점이 다른 가게와 차별화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송정떡갈비의 기본 떡갈비는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함께 쓰는 게 특징인데요. 저희 가게는 7:3의 비율로 육즙과 부드러움을 조화롭게 끌어올립니다. 특히 너무 달거나 짜지 않게 건강한 맛을 추구해요. 설탕 대신 꿀을 넣고, 양념에 한약도 더합니다. 고기의 지방 비율을 높이면 쉽게 부드러워지지만 건강에는 좋지 않겠죠. 저희는 지방 비율은 적정선을 지키면서 배, 키위 등을 활용해 건강하게 부드러운 육질을 끌어내죠. 이 노력이 맛의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1년 전까지 연탄불에 직접 구웠는데 연기가 난다는 민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스불로 바꿨어요. 단골들은 불맛의 차이를 바로 알아채더라고요. 그래도 옛말을 최대한 유지하려 노력 중입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유황오리떡갈비 메뉴도 눈에 띕니다.
이 역시 건강한 음식을 고민하다 탄생한 메뉴에요. 가끔 한약을 복용하는데 소고기?돼지고기는 먹으면 안 된다고 아쉬워하는 손님들이 있더라고요. 알아보니 오리는 먹어도 괜찮더라고요. 불포화지방산이 더 풍부한 고기이기도 하고요. 20년 전쯤 개발한 메뉴인데 어르신들도 좋아하는 메뉴로 자리 잡았습니다.

기본으로 나오는 뼛국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뼛국은 원조 할머니대부터 내려온 전통입니다. 떡갈비는 바로바로 구워나오니까 시간이 좀 걸리거든요. 그 시간 동안 속을 달래는 거죠. 고기 바르고 남은 돼지뼈는 물론 엉치뼈와 사골까지 더해 1시간 반 정도 푹 삶아내면 시원한 고깃국이 우러나죠. 전라도 식당의 넉넉한 인심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저희 가게는 야쿠르트와 아이스크림도 기본 후식으로 제공하고 있답니다.

장사의 기본은 어머니께 배웠을 것 같은데요.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과 신념은 무엇인가요?
음식으로 절대 장난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셨어요. 가끔 광우병이나 구제역 이슈가 생기면 고깃값이 오르거든요. 당장 손해가 나더라도 고기 비율이나 함량은 원칙대로 지켜가며 맛을 유지해왔습니다. 성실함도 빼놓을 수 없죠. 지금도 어머니는 새벽 3시에 나와 고기를 삶고, 반죽을 하시거든요. 그 한결같음이 50년을 이어온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어느덧 전국구 가게로 성장했는데요.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손님도 많을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함께 해온 손님들이 셀 수도 없죠. 정말 가족 같고 친구 같아요. 제 출산 소식을 듣고 내복을 선물하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결혼 소식에 제가 축의금을 전하는 손님도 있고요. 오랜 단골을 보면 함께 커나간 기분이에요. 덕분에 IMF나 코로나 팬데믹처럼 어려운 시기도 잘 넘겼고요. 요즘에는 지역 손님이 40%, 외지 손님이 60% 비율이에요. KTX역과 공항이 가까워 해외에서도 찾아오시는데요. 한결같이 제대로 대접하려고 합니다.

앞으로의 꿈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다양한 대기업에서 밀키트 제안이 오고, 휴게소 입점 제안까지 들어왔어요. 하지만 쉽게 선택할 수가 없더라고요. 대기업에 이미지를 주고 실패하기도 하고, 다른 판매에 신경 쓰다 매장의 기본을 놓칠 수도 있으니까요. 결론은 지금 주어진 가게, 저에게 맡겨진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하기로 했어요. 엄청난 성공보다는 고객들과 함께 늙어가면서 그들의 추억 속에 정말 좋은 가게로 남고 싶어요. 사랑이 있고 정이 넘치는 따뜻한 가게로 오래도록 남는 게 제 꿈입니다.

광주 송정떡갈비 1호점

· 주소 | 광주 광산구 광산로29번길 1
· 전화 | 062-944-1439
· 주요메뉴 | 한우떡갈비, 떡갈비, 유황오리떡갈비, 육회비빔밥 등
· 영업시간 | 09:30~21:30(매주 일요일, 매월 첫 번째 월요일 휴무)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