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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워라밸 향상 위한 정책포럼



최근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근로시간 단축 법안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청년들에게 일자리 기회를 만들어 실업률을 낮추고자 추진하는 정책으로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300명 이상 상시근로자가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된다. 50~299명 기업은 2020년 1월, 5~49명은 2021년 7월부터 관련법을 적용한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은 이제 단순한 키워드를 벗어나 구직자들이 직장이나 직업에 선택에 있어 1순위 조건으로 내세우는 중요한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소상공인의 일과 삶은 어떨까? 하루를 꼬박 채워 고단하게 일을 해야만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이들에게 삶의 질은 먼 나라 이야기다. 소상공인은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라는 이유로 사회안전망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소상공인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근로환경의 격차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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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중소기업중앙회는 워라밸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소상공인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논의하는 포럼을 마련했다. 소상공인이 느끼는 실질적인 고충을 나누고자 한국중소기업학회와 손을 잡고 ‘소상인 워라밸 향상을 위한 정책포럼’을 개최한 것이다. 이번 포럼은 워라밸 향상에 대한 두 가지 주제의 강연으로 진행됐고,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정책과 안전망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눈 토론의 장이 되었다.

‘소상인의 일과 삶의 균형도 조사’의 후속조치로 이뤄진 정책포럼

지난 5월 18일 오전, 여의도에 위치한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 제2대 회의실에는 소상공인단체 관계자과 워라밸 정책에 관심 있는 소상공인들로 가득 찼다. 추적추적 비가 내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100여 명의 참석자들이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자리를 빛냈다. 최윤규 중기중앙회 산업통상본부장은 “궂은 날씨에도 포럼을 찾아준 참석자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전했고, “워라밸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보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며 포럼의 막을 열었다. 이번 포럼은 지난 3월 중기중앙회가 발표한 ‘소상인의 일과 삶의 균형도 조사’의 후속조치로, ‘자영업자 문제와 사회적 보호 방안’ 그리고 ‘소상인 일·생활 균형을 위한 제도적 방안’에 대한 강연과 토론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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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이날 토론의 위원장을 맡은 노용환 서울여대 교수는 “중기중앙회가 전국 소상인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상인들의 일과 삶의 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워라밸 점수가 100점 만점에 41.8점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들의 하루 일과에서 일과 삶이 차지하는 비중은 9대 1로 사실상 워라밸이 불가능한 삶은 살고있다”고 분석했다. 노 교수는 이어 “노동자들에게는 반갑게 느껴지는 근로시간 단축이란 법이 소상공인에게는 기형적인 형태로 작용하고 있고, 이런 정책에 대해 터놓고 논의하는 장이 필요했다”며 이날 포럼의 취지에 대해 밝혔다.

워라밸 정책의 현황 분석과 방향을 제시한 강연

이날 강연은 한국노동연구원 박찬임 선임연구위원과 김근주 부연구위원이 맡았다. 먼저, ‘자영업자 문제와 사회적 보호 방안’이란 주제로 박찬임 선임연구위원이 강연을 시작했다. 박 위원은 OECD 가입국의 자영업자 현황과 근로조건, 사회보장제도의 특성을 살펴보며, 한국의 자영업자 보호 현황 및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자영업자 사회보험 가입실태를 분석하고 저소득 지위를 벗어나기 어려운 ‘한계형 자영업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방안으로 산재보험 적용, 저소득 자영업자 사회보험료 지원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실업인정 기준을 완화하는 등 자영업자에 대한 실업급여 제도를 보다 현실화하고, 산재보험 가입대상도 1인 사업자 전체로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는 박 위원의 지적에 강연에 집중한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그는 이어 “4대 보험이라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소상인을 사각지대에 남겨두는 현실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뒤이어 김근주 부연구위원이 ‘소상인의 일·생활 균형을 위한 제도적 방안’이란 주제를 가지고 강단에 올랐다. 김 위원은 개편된 근로시간법제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제도적 지원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김 위원은 “현재 사회적으로 논의 중인 근로시간 단축에 소상인에 대한 고려는 빠져있다”며, “근로자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소상인과 같은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근로자화 또는 유사한 보호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상인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보험 또는 사회서비스에 대한 지원확대 방안 모색을 제안하기도 했다. 정부의 출산·육아 지원이나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노동시간 단축 논의에서도 소상인은 소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이나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로 취업한 여성은 아이를 낳더라도 고용보험의 출산·육아 지원금을 받을 수 없고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자격도 없다”며 소상인과 특수형태 근로자의 육아에 대한 사회보험 또는 사회서비스의 획기적 강화를 제안했다. 김 위원은 끝으로 “일과 삶의 균형은 ‘근로자’라는 법적 지위를 기준으로 하기보다 장시간노동 해소가 필요한 ‘모든 일하는 자’에 대한 보편적인 정책으로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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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여 간 활발히 진행된 소상공인들의 열띤 토론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워라밸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토론이 이어졌다. 동그랗게 둘러앉은 20여 명의 소상공인단체 관계자들은 많은 참석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토론을 진행했다. 이들은 “삶의 질 향상은 고사하고, 생계마저 흔들리고 있는 우리에게 워라밸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라며 한목소리로 의문을 제기했다.

임원배 슈퍼마켓연합회 회장은 “슈퍼마켓 업계만 해도 대표자 부부가 1년 365일 하루에 17시간씩 일을 하지만, 부부가 고용인이 아니기 때문에 소득금액이 명확지 않고, 이에 따른 의료보험이나 국민연금 등의 비용도 일반 근로자에 비해 너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장 하루 문을 닫으면 소득과 직결되기 때문에 문화생활이나 인적교류 등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라 호소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이동주 사무총장은 “중기중앙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자영업자들이 요구하는 정부지원은 사회안전망 확대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사업영역 보호”라며 이는 “대기업의 시장침탈 등으로 자영업시장 자체가 보호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워라밸에 앞서 생존권을 더 시급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무너진 공정경쟁 시장구도를 바로잡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의 진행을 맡은 노용환 교수는 “정부가 임대료 상한제와 같은 젠트리피케이션 대책, 온·오프라인 카드수수료 인하,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폐업시 재출발 지원 등 넒은 차원에서 촘촘하게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1시간 여간 활발히 이어진 토론에 대한 결론을 내리며 포럼을 마무리했다.

한편, 토론을 지켜본 한 참석자는 “대기업 근로자 등 일부 특정계층이 아닌 우리 사회 경제주체 모두가 함께 조화로운 일과 삶, 워라밸 시대를 맞아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단축 등 정책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분석하여 모두가 행복한 정책으로 발전시켜 나가길 희망해 본다”는 소감을 전했다.

+ Mini interview 1 참여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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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환 교수 / 서울여자대학교

“ 워라밸 논의 자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춘 기득권 집단에서는 많은 논의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는 기형적인 형태로 놓여있습니다. 그만큼 사회보험, 복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죠. 이 부분에 대해 논의해보는 장이 필요했고, 공론화를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강연과 토론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과 문제점이 실제로 개선되길 바라고, 앞으로도 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토론의 장이 많이 펼쳐지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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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배 회장 / 슈퍼마켓연합회

“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을 근로자와 비교한다는 것이 문제는 있으나, 어찌 됐건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자들의 워라밸 점수는 높아지겠지만 소상공인은 인력을 감축하고 본인이 생산이나 영업에 참여하는 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기에 워라밸 점수는 더욱 악화될 것이 확실시됩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자영업자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정책은 ‘사회안전망 확대’와 ‘사업영역 보호’라는 게 여러 조사에서 명확하게 드러났죠. 워라밸에 앞서 생존권 차원에서 사업영역 보호가 더 시급한데, 이런 의견을 낼 수 있는 포럼이 개최되어 반가웠습니다. ”

+ Mini interview 2 강연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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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주 부연구위원 / 한국노동연구원

“ 오늘 많은 참석자분이 ‘소상공인의 워라밸’에 대한 심각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다양한 의견 하나하나가 소중했고, 뜻깊었습니다. 조만간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라 그 불안감이 훨씬 크실 텐데요. 하지만, 이 법안이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점차 개선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소상공인분들이 오늘처럼 소리 내어 의견을 주시는 게 중요합니다. 앞으로 이런 자리가 많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사회적 안전망을 두텁게 하고, 소상인의 사업영역 보호를 위해 공정한 경제 질서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

+ Mini interview 3 운영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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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대리 /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유통산업부

“ 지금은 일의 '양'보다는 삶의 '질'이 중시되는 사회입니다. 소상공인 또한 삶의 질이 풍족한 사회가 되길 희망해보며 이번 포럼을 준비했습니다. 우선 비가 많이 오늘 날씨에도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셔서 감사했고, 준비된 토론 시간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주신 참석자분들 덕에 알차고 열띤 포럼이 된 것 같습니다. 이번 포럼이 소상공인들의 워라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

글 김청미 사진 조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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