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共感

엄마의 마음을 담아 찰칵, ‘마음사진관’

이정영, 정혜란 공동대표



결혼과 출산 동시에 경력단절이 된 여성들에게 창업은 큰 로망이다. 육아와 살림을 하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일을 찾고 싶은 욕구가 크다. 여기 두 명의 좋은 롤모델이 있다.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엄마와 아내의 역할도 놓치지 않는 슈퍼맘들에게 힌트를 얻어 보자.

서울 마곡지구에서 자그만 사진관을 운영하는 이정영, 정혜란 대표. 이들 또한 경력단절을 경험해본 여성이다. 엄마이기에 할 수 없다고 여겨진 일들을 정면 돌파로 이뤄낸 두 사람은 하루하루를 누구보다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엄마이자 아내 그리고 한 가게의 대표까지. 1인 3역을 훌륭히 해내고 있는 이들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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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평짜리 공간에서 40평대로 확장 이전하기까지

아날로그의 퇴락은 사진관을 집어삼켰다. 디지털 기술은 사진을 수없이 찍고 지우고 보정하고 공유할 자유를 줬고, 사진관은 20세기의 유물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요즘 빛나는 아이디어를 앞세운 동네 서점이 암울한 출판계의 미래를 밝혀 나가듯, 소신이 있는 동네 사진관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오픈한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마음사진관은 어느덧 마곡 지역민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며, 지역을 대표하는 사진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유명 베이비 사진업체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이정영 대표와 광고, 인물사진을 다뤄온 정혜란 대표. 사진을 전공하고 업계에서 20여 년 가까이 활발히 활동해온 이들은 결혼과 출산 동시에 이름조차 서글픈 경력단절 여성이 되었다. 과거 한 스튜디오에서 함께 일하며 인연이 닿게 된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공감대를 쌓아갔고, 그 인연은 사업 파트너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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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에 문을 연 마음사진관은 초기 월 매출 3백만 원에서 현재 순이익 1천만 원을 넘나들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10평짜리 작은 공간에서 시작한 이곳은 오픈 6개월 만에 40평대로 확장 이전하며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두 사람은 “작게 시작한 사진관이지만, 함께 하루하루 노력하며 일하는 사이 가게 규모가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것을 실감할 때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고 전한다.

정혜란 대표는 마음사진관이 비교적 빠르게 인지도를 쌓은 이유로 “입지적 조건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말한다. 마음사진관이 위치한 마곡지구는 현재 많은 기업과 아파트, 상가들이 들어서고 있어 많이 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저희 역시 마곡지구에 살고 있는데,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서는 집과 가까운 곳에 입지해야 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주변에 사진관이 없다는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 “지금은 여러 사진관이 생겨나고 있지만, 처음 마음사진관을 오픈할 당시만 해도 이 지역에 사진관이 하나도 없었어요. 남들보다 빠른 판단으로 앞서 오픈했죠.” 두 사람은 “창업 시 입지적 조건에 대한 철저한 사전 조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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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시선, 엄마의 마음으로 찍어드립니다

마음사진관은 높은 재방문율을 자랑한다. 또한, 홈페이지이나 블로그를 통해 방문하는 고객보다 입소문을 듣고 방문하는 이들이 많다. 고객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두 대표 덕에 편안하고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두 사람은 엄마이기에 아이 그리고 가족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고, 그 지점을 포착해 창업으로 연결 지었다. “아기사진이나 가족사진 촬영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지치거나 힘들어할 수 있어요. 저희는 그런 마음을 충분히 알기 때문에 서두르거나 무리하지 않게 진행하려고 해요. 아이가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불편한지 빠르게 눈치채고 대응할 수 있어 고객들이 그 점을 만족하시는 것 같아요.”

또한, 고객들과 소통에 있어서도 엄마라는 장점이 발휘될 때가 많다. 방문하는 고객들이 대다수 지역민들이기 때문에 육아나 학교 정보를 자연스레 공유하며 친근감을 쌓는 것이다. “때로는 언니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수다를 떨듯 고객을 대하죠. 단순히 사진만 찍는 공간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름을 ‘마음사진관’이라 지은 이유도 있습니다.”

아울러, 이 대표는 “무조건 큰 이윤을 남기겠다는 생각보다 내 아이와 내 가족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한 컷 한 컷 정성스레 담으려고 노력한 것이 성공의 가장 큰 비결”이라고 말한다. 정교하게 가공한 억지스러운 이미지보다는 치장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사진을 추구하는 두 사람은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 이들은 화려한 테크닉만을 내세우지 않고, 감성과 사랑을 담고 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하며 지역 안에서뿐만 아니라 지역 밖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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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 의한, 엄마를 위한 업무 환경

마음사진관은 두 대표뿐만 아니라 직원 두 명 모두 ‘엄마’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기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아이로 인해 양해를 구할 일이 생겨도 그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인정된다. “모두 아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양육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요. 일례로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다녀오느라 늦는다고 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없어요.” 두 사람은 엄마이기에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을 감싸고 배려하는 우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마음사진관은 일하는 엄마들에게 좋은 터전이 되기 위해 기존 사진관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한다. 대게 고객들의 퇴근시간에 맞춰 저녁 늦게까지 운영하는 사진관과 달리 오후 6시면 문을 닫고, 예약이 몰리는 일요일은 문을 열지 않는다. “경력단절 엄마들을 보면 단지 육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을 포기하는 게 아니에요.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회사가 없기 때문에 할 수 없이 포기를 하는 거죠. 저희도 그런 경험을 해봤기에 일과 육아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것은 비단 여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 시간이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한다. 장시간의 근로 환경에 놓여 있으니 엄마나 아빠가 일하는 시간 외에 양육을 포함한 생활에 쓸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많은 이가 노동 환경보다는 자신의 능력 문제로 원인을 돌린다. 일과 육아, 이 두 가지 모두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는 스스로를 계속 채찍질하고 괴롭힌다. 두 사람은 “아이 엄마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엄마 스스로를 자책하게 만드는 것 같다”며, “엄마나 부모들이 시간에 쫓겨 모든 걸 포기하게 만드는 사회 환경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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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의 성공은 존중하는 마음부터 시작

흔히 ‘동업’이라 하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동업으로 성공한 사례보다 실패 사례가 더 많기 때문. 대게 동업이 실패하는 원인은 의견 대립부터 시작한다. 주로 노동 강도의 차이, 수익금 배분 문제, 사업 방향성에서 이견이 일어난다. 이정영, 정혜란 대표도 여러 이유로 종종 다투곤 하는데, 다만 이것을 통과의례라 여기며 현명하게 풀어간다.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사람은 없잖아요. 평생을 함께 한 가족이라도, 친구라도, 동료라도…. 자신을 완벽하게 이해해줄 사람은 없어요. 그렇기에 다툼이 일어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느냐가 중요하죠. 저희는 충분한 대화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려고 노력해요. 그래야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이정영 대표의 말에 정혜란 대표가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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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안정적으로 동업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로 효율적인 업무 분배도 빼놓을 수 없다. 정혜란 대표는 주로 프로필 사진 촬영과 홍보를 담당하고, 이정영 대표는 베이비 사진 촬영과 회계를 담당한다. 각자 적성에 맞는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효율이 뛰어나다. “서로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이 서툰지 잘 알기 때문에 상호보완이 가능하고, 저희 모두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기 때문에 업무의 효율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을 처리하니까요.(웃음)”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온 만큼 서로의 역량을 잘 알고 있는 두 사람. 그렇기에 배려와 이해가 가능했고, 지금까지 탈 없이 사업을 이어올 수 있었다. 정혜란 대표는 “저희가 동업을 한다고 했을 때,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주변 사람들이 이제는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며, “동업은 파트너의 의견을 존중하는 마음이 제일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고 강조한다.

지금껏 그래왔듯, 미래도 함께 그려나갈 두 사람

사진은 과거를 기록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가끔 마음의 상처를 꿰매기도 하고 닫힌 마음을 열게 만들기도 한다. 두 사람을 보면 ‘사진 찍는 일은 살을 비비고 다정한 말을 건네는 것’이라는 어느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두 사람은 지금껏 함께 해왔듯이, 미래에도 함께하는 모습을 꿈꾼다. “거창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창업을 꿈꾸는 기혼여성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기혼 여성의 창업률이 낮은 이유는 육아 때문이거든요. 저희는 남편이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일이 쉽지는 않아요. 가정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정말 난감하거든요. 하지만 어떻게든 둘 다 포기 안 하고 잘하고 싶어요. ‘저 둘도 하고 있는데, 나라고 못할 것 없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성과를 내고 싶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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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두 대표는 “어지간한 각오 없이 단순한 호기심이나 자영업에 대한 환상을 가진 사람이라면 절대 시작하지 말라”고 선배로서 충고한다. 단순히 가게를 오픈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 수익이 나도록 운영하려면 상당히 많은 노력과 수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마곡지구엔 지금보다 많은 기업들이 입주할 계획이다. 두 사람은 자연스레 증명사진이나 여권사진의 매출이 증대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또한, “강서구청 이전지 근처라는 좋은 입지조건으로 추후 구청 이전 후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배우고 채워가야 할 일들이 많다”고 말한다. “노란우산공제 가입도 더 나은 운영과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최근에 하게 되었다”며, 이처럼 “앞으로는 사업에 필요한 좋은 제도나 정책에 관심을 가질 예정”이라 밝혔다. 끝으로 정혜란 대표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마음사진관과 저희 두 사람 모두 한 단계 더 성장하기를 희망한다”며 인사를 전했다.

글 김청미 / 사진 방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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