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간판과 현수막, 식당의 메뉴판과 각종 전단지까지 인쇄, 편집, 디자인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부천을 기반으로 지역밀착형, 생활밀착형 간판.인쇄.편집 업체로 자리잡은 명기획. 신명철 대표는 간판.인쇄 업종을 젊고 미래지향적 산업으로 혁신하겠다는 사명을 품고 오늘도 구슬땀을 흘린다.
간판, 인쇄 베테랑, 고객과 발맞추다
부천시 춘의동에 자리잡은 명기획은 간판.인쇄.편집 전문 업체이다. 건물의 얼굴 역할을 하는 외벽 간판 디자인 및 시공은 물론 신문, 정기간행물, 리플릿, 스티커, 현수막 등 각종 인쇄물의 디자인, 출력, 인쇄를 책임지고 있다. 5년 전, 자신의 이름을 딴 ‘명기획’을 창업한 이후 쉼 없이 달려온 신명철 대표. 그간 작업한 인쇄물을 몇 가지만 간추려도 금세 책상 위가 수북하다.
마흔이 넘어 시작한 뒤늦은 창업이었지만 신명철 대표는 18년 동안 인쇄 및 종합광고기획사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신문 윤전은 물론 인쇄, 출력의 기본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고, 전산팀장 이력을 바탕으로 매킨토시, 서버, 웹마스터 등 최신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시스템과 기기를 능숙하게 다뤄왔다.
“ 처음에는 출판, 인쇄로 시작했는데 오프라인 시장이 점점 약화되는 게 보였습니다. 사업 영역을 다변화하고자 간판까지 영역을 넓혔고, 고객의 요구에 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인테리어 시공까지 겸하게 되었지요. 편집을 하는 아내와 호흡을 맞춰 운영하고 있습니다. ”
신명철 대표는 ‘확장’을 강조한다. 간판 시공을 하다보면 인테리어 시공 문의가 들어오고, 홍보 리플릿을 진행하다보면 컵, 손수건 등과 결합된 각종 판촉물 의뢰를 받게 된다. 편집 디자인 역량을 바탕으로 고객의 요청을 항상 긍정적으로 소화한 덕분에 명기획은 업무 영역을 넓히며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 품질은 다들 비슷비슷하거든요. 결국은 영업력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 영업력의 기본은 맞춤형 서비스에 있다고 생각해요. 고객의 요구 사항이 무엇인지, 가장 중요시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해 그에 맞게 대응하지요. 품질, 납기, 가격, 추가 서비스 등 고객의 요구사항이 다채롭거든요. 디자인 시안의 경우 1~2번에 확정될 수도 있지만 20번까지 수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객 만족도가 1순위기 때문에 끝까지 수용하고 맞춰주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
본인이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최대한 맞춰준다는 신명철 대표. ‘웬만하면 다 해드린다’는 그의 신조는 고객들의 신뢰로 차곡차곡 쌓이는 중이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꾸준히 명기획만 찾는 여러 고객들이 단단한 믿음의 증거다.
지역기반 활동, 영업력으로 뻗어가다
간판, 인쇄는 업의 특성상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신명철 대표는 창업 초기, 막연한 홍보 보다는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 몸담으며 영업력을 키웠다.
“ 사무실에 앉아 ‘홍보만 하면 물량을 주겠지’라고 기대하는 건 안일한 태도더라고요. 지역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업종인 만큼 지역 내 활동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꼭 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저의 재능과 사회적 책임을 마을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연결고리를 찾게 된 것이지요. ”
신명철 대표는 경기도교육청 마을교육공동체 ‘꿈의 학교’ 선생님을 맡아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축제기획단 수업을 하고 있고, 부천대 학생들과 부천 원미종합시장 지도만들기 프로젝트를 6개월 동안 마을 및 시장 탐방과 기획하고 지도를 만들었다. 마을 소개와 시장 지도가 담긴 인쇄물을 시장 상인들에게 배포할 때는 함께 사는 이웃으로서 뿌듯함을 느꼈다. 부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활동은 물론 마을 안에서 이슈별 민관 소통을 중재하는 소통촉진자(퍼실리테이션) 역할 수행하는 등 신명철 대표는 마을 발전을 위한 활동에 역량을 아끼지 않고 있다.
“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망설이지 않아요. 단순한 조언도 좋고, 함께 일을 추진하는 것도 좋습니다. 마을활동이 활성화되는 것은 제가 잘 사는 길이기도 하거든요. ”
간판으로 지역 상권의 흐름을 읽고, 각종 인쇄물을 통해 지역의 이슈를 빠르게 간파할 수 있다. 신명철 대표는 간판, 인쇄업을 단순한 업으로 보지 않고 마을과 함께 발전하는 동력으로 활용하는 중이다.
창업, 도전을 일깨운 인생의 전환점
항상 웃고 늘 긍정적인 신명철 대표도 정신을 바짝 가다듬을 때가 있다. 바로 간판 시공을 진행할 때다.
“ 힘들고 위험한 작업이에요. 처음 크레인을 타고 3층 정도 올라가면 다리가 후들거려요. 5층 정도 높이에서는 다리가 안 움직이고요. 6층에서는 크레인 자체가 흔들거리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지요. 간판 시공은 주로 행인이 적은 밤이나 새벽 시간에 진행합니다. 깜깜해서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고, 한겨울에 야간 고소 작업을 하면 정말 몸이 덜덜 떨리지요. ”
신명철 대표는 아찔했던 순간을 돌아보며 안전한 시공도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서비스를 동시에 진행하는 명기획. 빠듯한 납기, 까다로운 요구, 야외 시공 등 환경이 열악할 때도 있지만 보람과 재미가 더 크다고 강조한다.
“ 계속 회사생활을 했더라면 쳇바퀴 돌아가듯 반복되는 일상에 안주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명기획 운영을 통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이를 하나씩 이뤄가는 성취감이 큽니다. 다양한 사람, 다양한 일을 만나는 재미도 상당하고요. 내성적인 성격인데 이 일을 통해 틀을 많이 깬 것 같아요. 직장인보다 워라밸을 더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는 장점도 있고요. ”
땀 흘린 만큼 성과가 있고, 삶의 폭을 한층 키워준 명기획 창업은 신명철 대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누군가는 이제 사양 산업이라고 하지만 그는 앞장서서 한계를 넘어서는 선구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간판의 잠재력, 미래 청년 창업과 통하다
“ 기회가 된다면 간판 산업을 청년 창업 영역으로 이끌고 싶어요. 현재의 간판 산업은 낡고 단순하다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하지만 현재 각종 간판이 IT 기술과 연계되고 있는 모습에 주목해야 합니다. 단순히 시공만 하는 것이 아니라 2D를 넘어선 3D, 4차 산업혁명에 맞는 기술적 진화, 콘텐츠의 다변화가 요구되는 영역인 것이지요. 기술과 아이디어를 접목한 청년 산업으로 반전을 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늘 앞선 장비와 기술을 도입해온 신명철 대표는 지금도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각종 건축박람회, 디자인페어는 물론 3D, AR, VR 관련 박람회와 교육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간판, 인쇄, 광고 기획 업종 역시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하는 신명철 대표. 변화를 기회로 삼아 젊고 역동적인 업종으로 변모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게 그의 장기적인 꿈이다.
“간판, 인쇄 업종이 생각보다 안정적이거든요. 청년들이 창업하여 자리를 잡는 데 제가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함께 변화를 이끌면 좋겠어요. 간판, 광고업 종사자의 경우 개개인이 당장의 수익을 내는 데만 신경쓰는 환경이거든요. 저는 저변을 확대해 업계가 한 목소리를 내고, 열악한 제도 개선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욕심을 버리고 함께 잘 사는 법을 고민하다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
업계를 젊게 혁신하고, 함께 연대하여 발전하는 밑그림을 그리는 신명철 대표. 트렌드를 이끌고 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하고 싶다는 그의 다짐은 업계 전반을 키우는 쪽으로 기운다. 더불어 잘 살고, 더불어 즐거웠으면 좋겠다며 웃어보이는 신명철 대표. ‘즐겁게 살자’는 그의 인생 좌우명의 주어가 ‘신명철’에 한정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라는 사실이 놀랍고 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