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2

순천을 담은
우아한 한정식

순천 신화정 김미자 대표
순천 신화정

음식이 아니라 철학이다. 순천에 자리한 한정식집 신화정의 음식들은 단순히 맛으로만 평가하기 어렵다. 순천의 땅과 바다를 향한 존중, 그곳에서 얻은 재료에 대한 애정, 4대째 내려온 음식을 향한 자세, 사람을 향한 따뜻한 성정까지 정갈한 한 상에 모두 담겨있기 때문이다.

대대로 이어진 남도의 손맛

35년 전, 당시 신시가지였던 순천 연향동에 테이블 5개로 시작한 식당. 평범한 백반집으로 남을 수도 있었던 그곳은 빼어난 음식 솜씨를 자랑하던 김미자 대표의 추진력이 더해져 현재의 신화정으로 발전했다. 20대 후반부터 식당을 일궈온 그녀는 음식에 있어서만큼은 확신이 있었다. 친정과 시댁 모두 음식을 잘하기로 이름이 났고, 그 손맛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덕분이었다.

“시댁이 순천만을 끼고 있는 대대동이었거든요. 시할머니가 시어머니에게 전수해준 칠게장 담그는 법을 저도 그대로 이어받았죠. 친정은 만석꾼 집안이라 음식이 늘 넉넉했어요. 조청, 강정 등 맛도 좋고 보기도 좋은 음식을 자연스럽게 접했고, 참게장 담그는 법은 친정어머니에게 배웠습니다.”

풍성하고 맛있기로 소문난 남도의 한정식. 그중에서도 신화정의 음식들은 남다르다. 어디서도 접하지 못한 맛이 있고, 어디서도 보지 못한 그림이 펼쳐진다. 김미자 대표는 신화정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 있어야 하고, 음식에 새로운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덕분에 신화정의 한 상 차림은 배는 물론 마음까지 부르게 한다. 무엇보다 순천을 내내 기억하게 하는 힘이 있다.

15첩 반상의 귀한 한정식

남도 한정식은 비슷한 차림으로 발전해 왔다는 느낌이 강했는데요. 신화정은 확실히 차별화되는 면이 있습니다. 대표 메뉴와 특징을 소개해주세요.
대표적인 순천모듬반상의 경우 떡갈비, 굴비, 간장꽃게장과 15첩 이상의 모듬반상이 차려집니다. 찰기장밥, 명태껍질부각, 들깨 수제 도토리묵, 뽕잎나물, 순천 토마토장아찌, 순천 칠게튀김, 배추겉절이, 제철반찬 4찬이 더해지는 푸짐한 차림이죠. 사람마다 각자의 얼굴을 가지듯 음식점도 이름에 맞는 각자의 얼굴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식당에는 없는 음식, 다른 곳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음식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건 당연한 자세이지요.
순천만을 대표하는 칠게가 대표적으로 칠게를 갈아서 만든 칠게장이 특별하죠. 칠게튀김은 검은깨와 검은콩으로 소스를 만들어 접시에 S자를 그린 후 그 위에 올립니다. S는 순천, 신화정 그리고 순천만의 S자 수로를 뜻하는데요. S자 옆에 갈대를 상징하는 부추를 더해 예술작품처럼 꾸며보았습니다. 순천의 또 다른 특산물인 꼬막과 미나리를 함께 무쳐서 내놓은 음식도 특별하죠. 한편, 가지각색 꽃으로 채워진 순천만국가정원이 조성된 지 올해로 11년째인데요. 이에 맞춰 수국을 우린 물로 찰밥을 짓거나 붉은 쌀을 섞어 지은 밥으로 꽃 모양을 만들기도 합니다.

순천에서 나고 자란 식재료에 대한 이해가 높고, 그것들을 활용해 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덕분에 오래된 식당임에도 세련된 감각이 살아있습니다.
한옥식으로 지은 덕분일까요. 공간 자체도 낡은 느낌 없이 유지가 되더라고요. 20년 세월의 흔적이 더해져 분위기가 깊어졌고요. 음식은 늘 연구해요. 전국의 새로운 음식, 맛있는 음식을 벤치마킹하는 노력도 기울이고요. 중요한 건 신화정만의 메뉴를 만드는 데 있죠. 조그만 차이가 특별함을 선사하니까요. 소스의 경우 곡식류를 활용하는데요. 쌀, 보리, 들깨, 참깨, 완두콩, 녹두, 율무 등으로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소스를 선보입니다. 전복에 녹두와 완두콩으로 만든 에메랄드빛 소스를 더하면 바닷속 전복의 가치가 더 돋보이죠. 도토리묵도 들깨와 계피로 만든 소스를 더해 떠먹을 수 있도록 선보입니다. 새로운 경험을 더하는 맛이죠. 토마토 샐러드는 당근을 삶아 주황빛으로 물들입니다. 맛과 영양, 플레이팅까지 조화를 이룹니다.

음식을 대하는 자세가 사뭇 진지해 보입니다. 이제는 따님과 함께 신화정을 이끌고 있는데요. 가장 중요시하는 가르침은 무엇인가요?
딸(이여린 씨)이 어릴 적부터 손끝이 야물었어요. 8년째 함께하고 있는데 제법 잘 따라옵니다. 늘 내 가족이 먹는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음식을 만들라고 말하죠. 정성과 사랑은 보이지 않아도 티가 나거든요. 음식이 살아있다고 생각하면 간단해요. 생각 없이 무감각하게 만들지 않고 기도하듯, 정성을 다해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라고 주문을 외는 거죠. 이런 마음가짐으로 만든 음식은 확실히 더 맛있다고 확신합니다. 경영적으로는 한정식집은 절대 혼자서는 운영하지 못하니 직원들을 가족처럼 여기는 마음을 강조하고 있어요. 현재 신화정에는 10년 이상 된 직원이 많은데 좋은 사람들과 오래 일할 수 있도록 가게를 운영해야 합니다.

제22회 한국국제요리대회에서 모녀가 각각 꽃게장과 떡갈비로 대통령상을 수상했습니다. 어떤 부분이 높게 평가되었을까요?
어머니에게 비법을 물려받은 꽃게장은 설탕, 물엿의 인위적인 단맛이 아니라 우리 산과 들에서 나는 재료로 단맛을 내서 자극적이지 않아요. 또 소고기를 우린 육수로 소스를 만들기 때문에 맛이 깊지요. 딸이 만든 떡갈비는 다진 고기 사이에 도라지를 넣어 도톰하게 모양을 냈어요. 맛의 조화도 좋고 보기에도 더 먹음직스럽습니다. 식사 마지막에 내드리는 정과도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당근정과, 사과정과, 무정과, 금귤정과와 쌀 강정을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귀한 간식이기에 손님들이 대접받는 기분이라며 끝까지 만족스럽게 즐기고 가는 모습을 보면 수고로움도 다 잊힙니다.

앞으로의 이루고 싶은 목표, 꿈은 무엇인가요?
더 많은 이들과 신화정의 음식을 나누고 우리 한정식의 세계화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네이버스토어를 통해 신화정의 대표 메뉴인 꽃게장, 떡갈비, 칠게장은 물론 국산 잡채소스, 간장게장소스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을 찾으셨던 분들이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주문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국산 잡채소스는 가장 잘나가는 상품이에요. 잡채의 경우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은 메뉴인데요. 누구나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소스를 개발했습니다. 신화정의 잡채소스와 함께 잡채가 세계적인 한식 메뉴로 발돋움했으면 합니다. 남도 한정식의 맛과 멋을 계속해서 이어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순천 신화정

· 주소 | 전남 순천시 구암길 26 신화정
· 전화 | 061-741-4300
· 영업시간 | 11:30~21:30(15:30~17:00 브레이크타임)
· 주요메뉴 | 순천모듬반상, 떡갈비반상, 녹차굴비반상, 간장암꽃게반상 등
· 스마트스토어 | smartstore.naver.com/shinhwajung
· 인스타그램 | @suncheon_shinhwajung

SNS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