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2

3대가 잇는 삼계탕 한 그릇

3대삼계장인 정창원 대표

법원과 검찰청 그리고 수많은 법무법인이 위치한 교대역 주변의 맛집 상권은 한마디로 ‘어중간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로 요약된다. 평균적으로 높은 수준의 입맛을 가진 까다로운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주변과의 경쟁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남을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조부모님이 문을 열어 아버지 대를 거쳐 3대째 서초동을 지키고 있는 삼계탕 전문점 ‘3대삼계장인’. 정창원 대표가 계속해서 ‘완벽’과 ‘장인정신’을 강조하며 자신을 매섭게 다그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장인 정신으로 승부하다

“삼계탕을 명품으로 만들고 싶어요.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더 완벽하고 차별화된 맛을 고민하며 연구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기술적으로 이미 안정적인 기반을 닦아 놓으신 건 사실이에요. 거기에 얹혀서 편하게 갈 수도 있지만 여기서 한 단계 더 올라서고 싶어요. 그래서 상호에도 ‘장인’이라는 두 글자를 붙였습니다.”

3대삼계장인의 잣 삼계탕, 녹두 삼계탕, 쑥 삼계탕은 한 번 맛보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시그니처 메뉴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정창원 대표가 공을 들인 수비드 닭볶음탕은 젊은 세대에게도 통하는 신메뉴로 떠오르고 있다. 3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항상 더 나은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열정. 그것이 장인정신의 시작, 백년가게의 출발이 아닐까? 정창원 대표가 만들어낼 장인의 한 그릇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기대감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삼계탕으로 그리는 맛의 경지

3대삼계장인의 원류는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조부모님(고 정동연, 박영례 님)에서 부모님(정무관, 명노숙 님)을 이어 대표님까지 3대째 이어진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1970년대 중후반에 서초시장에서 삼계닭 장사를 하셨다고 해요. 그러다 작은 식당을 열어 국밥을 팔게 되었고, 삼계탕도 메뉴 중 하나였다가 주력 메뉴가 되었죠. 그때가 79년도 무렵일 거예요. 1987년도에 가게를 확장하면서 아버지가 합류하며 기술적으로 많은 발전을 했어요. 시루에 닭을 쪄내는 조리법을 도입하고, 잣 삼계탕, 녹두 삼계탕, 쑥 삼계탕을 개발해 손님들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입지를 단단히 다졌습니다. 저는 2011년부터 운영을 맡게 되었습니다.

20대에 가업을 잇는 결정을 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떤 마음가짐이 컸나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하루도 안 쉬고 가게에 매진하는 모습을 봐왔습니다. 힘들고 고단한 길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죠. 그런데도 우리 집 삼계탕이 최고라는 자부심은 늘 가지고 있었어요. 스무 살 무렵, 제가 뒤를 이어 더 키우고 싶다는 사명감이자 책임감이 생겨났어요. 군대를 다녀온 후 요식업 전반, 경영, 마케팅 등을 두루 공부하며 메뉴 개발 및 사업구상에 힘을 쏟았습니다.

이미 안정적인 가게를 이어받는다는 건 부담이 큰일이기도 합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막상 뛰어들어보니 체계화가 안 된 부분이 많았습니다. 아버지의 손맛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게 문제였어요. 어떤 상황에서, 누가 만들더라도 맛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매뉴얼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기존에는 보신탕도 겸했는데 시대의 흐름에 맞게 이는 과감하게 포기했어요. 2018년 현재의 자리로 옮기면서 인테리어도 전통적인 요소를 가미하면서도 세련되고 깔끔하게 단장하고, 이름도 ‘3대불로집’에서 ‘3대삼계장인’으로 바꿨습니다. ‘장인’이라는 타이틀에 창피하지 않도록 끝까지 해내자는 각오가 담겨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스승이기도 한 아버지께 가장 크게 배운 점은 무엇인가요?

아버지는 음식을 늘 창의적인 방식으로 풀어내세요. 기본 재료에서 생각지도 못한 맛과 질감을 끌어내시죠. 그 열린 자세를 본받아 저도 틀에 갇히지 않고 메뉴 개발에 임합니다. ‘절대 타협하지 말라, 기본부터 잘해라’라는 말은 늘 들어왔어요. 제가 음식 장사를 직접 해보니까 이 말씀이 왜 중요한지 알겠더라고요. 타협하는 순간 맛이 변하고 손님들은 이를 금방 알아채거든요. 평생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3대삼계장인의 삼계탕은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데요.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최상의 식자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당일 쓰지 못한 닭은 그대로 폐기하거든요. 또 닭을 물에 넣고 삶는 게 아니라 1시간 반 정도 쪄낸 후 조리하는 게 특징입니다. 육수를 따로 내고, 잣?녹두?쑥도 별도의 공정을 거치니 보이지 않는 과정이 무척 복잡해요. 심지어 찹쌀밥도 따로 지어 놋그릇에 제공하거든요. 그 덕분에 닭의 부위별 식감을 가장 잘 살리고, 육수도 더 깔끔하면서도 영양가 있게 어우러진 삼계탕 한 그릇을 맛볼 수 있지요. 섬세한 맛 차이가 있습니다.

대표님이 개발한 수비드 토종닭과 수비드 닭볶음탕은 어떤가요?

하나의 요리 안에 다양한 맛을 전하고 싶었어요. 수비드 토종닭은 75℃에 6시간 동안 토종닭은 쪄냅니다. 닭가슴살의 부드러움과 닭다리의 쫄깃함을 가장 맛있게 끌어내는 데 집중했어요, 닭볶음탕의 경우 국물을 처음에는 시원하게 즐기다 점점 졸아 걸쭉해질 때는 소스처럼 찍어 먹을 수 있죠. 디테일까지 완벽하게 관리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교대 상권도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30~40대를 상대로 한 고급스럽고 건강한 한 끼를 선보이는 식당으로 키워갈 계획입니다. 신메뉴를 개발 중으로 곧 선보일 예정인데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 또 온라인으로 판로를 다각화하기 위해 자체 포장 기술도 개발 중입니다.

‘3대삼계장인’이라는 상호에 걸맞게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백년가게’에 선정되었습니다. 소감과 각오를 부탁드립니다.

‘이름값’에 대한 깊게 생각해봅니다. ‘삼계장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누구나 인정할 만한 장인의 맛을 선보이고 싶고, ‘백년가게’라는 타이틀에 맞게 전통을 이어 오랜 시간 이어가고 싶습니다. 부드럽고 담백하고 건강한 삼계탕 한 그릇으로 최고가 되어보겠습니다.

3대삼계장인
· 주소 :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28길 56-3 1층
· 전화 : 02-522-2270
· 영업시간 : 10:30~21:50(브레이크타임 오후 3:50~4:30, 추석, 설 명절 당일만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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