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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세종실록으로 읽는 왕실의학(39) 기침 해수(咳嗽)의 약치와 식치 음식

우부승지 이견기(李堅基)가 세 사신을 문안하니, 맹()이 말하기를, "기침이 심하더니 전하께서 약을 주셔서 지금은 조금 나았습니다." 하였다.

- 세종실록 세종 16년(1434) 10월 17일 -

1434년 조선에 온 명나라 사신이 독한 감기에 걸려 기침을 심하게 하자 세종은 약을 내려주었다. 그러자 며칠 뒤 사신은 병이 호전되었음을 알리며 감사를 표하였다. 명나라 사신은 아마 오랜 여행으로 인한 피로 누적으로 감기에 걸렸던 듯하다. 감기에 걸리면 기침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기침은 폐의 공기가 기도를 통해 소리와 함께 몸 밖으로 나가는 현상으로 몸의 방어 작용 중 하나이다. 몸은 기침을 통해 세균 등의 유해 물질이 기도로 침투하는 것을 막고, 흡입된 이물질을 기도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주로 먼지나 가스 등 외부물질이나 위산의 역류, 가래, 콧물 등 내부 분비 물질에 의한 기도 자극이 원인이다. 또 기도의 질환이나 고막의 자극도 변수다.

한편, 기침과 관련된 질환은 급성기관지염, 후두염, 역류성 식도염, 편도염, 천식, 폐렴, 부비동염 등 다양한데 일반적으로 기관지염 등으로 인한 기침은 대부분 3주 이내에 해소되는 편이다. 하지만 오래 이어지면 치료해야 하고, 질환의 원인이 아닌지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침은 특히 공적 업무에 부담이 되기도 하였다. 연산군일기 연산 2년(1496) 11월 8일 기록을 보면 연산군이 "열기가 가슴을 번거롭게 하고 기침도 잦아서 밤새도록 괴로워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말하며 경연에 나아갈 수 없음을 말하기도 하였다. 중종실록에도 중종이 감기가 들고 기침이 심해 정사를 정지하였다는 기록이 더러 보인다. 이 밖에도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등에는 명종, 선조, 광해군 등 많은 임금이 기침 때문에 정사를 정지하거나 의례를 행하지 못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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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은 기침을 해()와 수()로 나누어 생각했는데, 가래 없는 기침을 해(), 가래가 수반된 기침을 수()라고 한 것이다. 해수의 원인도 풍(), 한(), 서(), 습() 등 외부 요인과 내상(內傷)으로 구분 지어 생각했으며, 처방 또한 노상(勞傷), 풍한(風寒), 풍열(風熱), 담습(痰濕) 등 원인에 따라 달리했다.

승정원일기 효종 4년(1653) 11월 14일 기록을 보면 감기에 걸린 효종이 열은 없으나 때때로 기침을 하자 청화화담탕(淸火化痰湯) 3첩을 지어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현종, 숙종 때에도 기침 즉 해수 증세에 청화화담탕을 처방한 기록이 많이 보인다. 동의보감에는 청화화담탕은 반하, 진피, 적복령, 길경, 지각, 과루인, 황련, 황금, 치자, 패모, 소자, 상백피, 행인, 목향, 감초를 썰어 한 첩으로 하여 생강 3쪽을 넣고 물이 반이 될 때까지 달여서 만들고 담결(痰結) 즉 열담이 가슴 사이에 뭉쳐 뱉어도 나오지 않고 그득하고 답답하며 아픈 것을 치료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먹는 방법에 대해 "망초를 넣고 녹여 찌꺼기를 없앤 후 죽력과 생강즙을 타서 먹는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다른 약으로는 청폐탕(淸肺湯)이 있는데 승정원일기 영조 6년(1730) 5월 26일 기록에는 영조가 자주 기침을 하자 바로 이 청폐탕을 처방에 올렸다고 한다. 단곡경험방에 따르면 청폐탕은 황금, 길경, 적복령, 상백피, 진피, 패모, 당귀, 천문동, 치자, 행인, 맥문동, 오미자, 감초를 한 첩으로 하여 생강 3쪽과 대추 2개를 넣고 달여서 만든다고 하였다. 그 효능에 대해선 오래된 기침 및 담수, 폐창으로 인한 기침을 다스린다고 하였다.

같은 책 영조 52년(1776) 1월 28일 기록에는 영조가 감기에 걸려 기침을 심하게 하자 가감삼소음(加減蔘蘇飮)을 올렸다고 하였는데 이는 인삼과 자소엽(紫蘇葉)이 주 약재이다. 상한경험방요촬(傷寒經驗方要撮)에는 "일반적인 감기란 앞에서 설명한 상풍의 통증은 없고, 다만 코가 막히고 목소리가 잠기며 콧물이 흐르고 재채기하는 등의 증상만 있으며, 땀이 나고 기침을 하는데 이 증상에도 가감삼소음(加减蔘蘇飮)을 쓰면 좋다"고 하였다.

이러한 탕약과는 별개로 식치(食治)도 병행되었다. 기록에 보이는 식치로는 현상설리고(玄霜雪梨膏), 사즙고(四汁膏), 생강소엽차(生薑蘇葉茶), 오과차(五果茶), 금은화차(金銀花茶), 인동차(忍冬茶), 행인차(杏仁茶) 등이 대표적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현상설리고(玄霜雪梨膏)는 설리(雪梨:산돌배), 연근 생즙, 생지황즙, 맥문동을 달여낸 즙, 무 생즙, 백모근(白茅根) 즙을 불에 졸인 후 여기에 꿀, 엿, 시상, 생강즙을 더 넣고 불에 다시 졸인 후 멀건 풀처럼 되도록 하여 만든 고약(膏藥)으로 노수(勞嗽)가 오랫동안 낫지 않는 것을 치료하였다. 담을 없애고 기침을 멎게 하며, 진액을 생기게 하고 각혈이나 타혈을 멎게 한다고 하였다.

인조 17년(1639) 10월 22일 승정원일기에는 의빈부 도사 이찬(李燦)이 현상설리고(玄霜雪梨膏)가 해수를 치료하는 데 가장 효험이 좋다고 추천하여 어의들이 의학서적을 살펴 이를 만들어 시험한 후 마침내 성공하여 인조에게 올리기를 청하니 임금이 윤허하였다고 한다. 숙종 10년(1684) 11월 10일에도 숙종이 감기 증상이 그치고 기침만 하자 약은 올리지 않고 현상설리고를 올렸다고 한다.

승정원일기 영조 3년(1727) 8월 25일에는 또한 흥미로운 기록이 남아 있다. 감기에 걸린 영조가 입맛이 돌아오고 두통은 사라졌으나 여전히 기침 증상이 있자 어의들은 복용하던 삼소음(蔘蘇飮)을 멈추고 모과나 배를 구워 드실 것을 추천하며 동시에 사즙고(四汁膏)를 드실 것을 청하자 이를 들이라 한 것이다. 사즙고는 배, 연근, 무, 박하를 설탕에 넣고 졸여 만든 고약으로 동의보감에도 기침을 멎게 하고 담을 삭이며 화를 내린다고 하였다.

이 밖에도 영조 때는 생강과 소엽으로 만든 생강소엽차를 올린 기록이 자주 보이는데 이는 콧물과 기침을 멎게 할 뿐만 아니라 속이 냉하고 밥맛이 없을 때 효과적이다. 호두, 은행, 밤, 생강, 대추를 넣어 끓인 약차인 오과차(五果茶)의 경우 수진경험신방(袖珍經驗神方)에 이르길 "외감으로 인한 한수(寒嗽)와 노인의 기허로 인한 해수를 다스리는 신기한 효과가 있다"고 하였으며 기력과 면역력을 높여주며 몸이 쇠약한 사람에게도 무리가 없다. 그래서 여러 기록에서는 왕실 여성에게 올린 기록이 많이 남아 있는데 특히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나 그의 비인 효의왕후에게 올렸다는 기록이 많이 보인다.

의휘(宜彙)에는 몸을 덜덜 떠는 한증(振寒)에는 금은화차와 인동차를 복용한다고 하였는데, 금은화차는 인동덩굴의 꽃봉오리나 막 피기 시작한 꽃을 재료로 만든 차이다. 또 인동차는 금음화의 줄기인 겨우살이덩굴로 만든 차로 둘 다 열을 내리고 풍열을 풀어주어 기침과 천식에 좋다. 살구씨를 끓인 약차인 행인차의 경우 기침 해소는 물론이고 거담(祛痰), 이뇨, 변비에 좋다.

민진원이 아뢰기를,
"전하께서 물을 켜는 증세 때문에 때때로 빙차(氷茶)를 드시는데, 잠깐은 상쾌하고 시원한 것 같지만 지극히 해롭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해롭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근래에 물을 켜는 증세가 더욱 심해졌기 때문에 이와 같다. 아랫배는 평상시에 온기가 없는 것이 지극히 좋다고 하지만 나는 지나치게 차니, 또한 근심이 없지 않다."
하였다. 홍석보가 아뢰기를,
"북경(北京) 사람들은 여름이건 겨울이건 뜨거운 물을 마시기 때문에 또한 해수(咳嗽)가 없다고 하니, 뜨거운 물을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하였다.

- 승정원일기 영조 1년(1725) 6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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