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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탄생 - 저자. 이광표 -
책소개
우리는 대체 왜 이 작품들을 좋아할까?
하나의 작품이 명작이 되기까지 예술 속 빛나는 이야기들
'명작'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작품들이 있다.
<모나리자>,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세한도>, <미인도>, 고려청자, 백자 달항아리...
이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우리는 대체 왜 이 작품들을 좋아하는 걸까? 이런 인기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모나리자>가 그 유명한 도난사건이 없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이 고이 보관되어 있었다면 지금 같은 인기를 구가할 수 있었을까.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가 매력적인 작품이지만, 사실 요하네스 베르메르는 19세기 초까지 별 존재감이 없었다. 그런데 어떤 일이 있었기에 20세기 들어 그의 작품이 최고의 그림으로 주목받게 된 것일까.
「명작의 탄생」을 쓴 이광표 교수는 오랫동안 <동아일보>에서 문화유산 담당 기자로 일하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수많은 작품들을 만나왔다. 지금은 대학에서 명작이 어떻게 경외의 대상이 되어 왔는지 그 이면을 들려주는 강의를 하고 있다. 이 책에는 정약용이 남긴 글씨와 종교적 색채가 담긴 불상, 일상 속 예술에 가까웠던 백자 달항아리부터 잘 알려진 반 고흐의 작품까지 다양한 범주의 예술이 등장한다. 그 작품들이 명작이 된 과정을 살펴보는 저자의 관점은 공통적으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바로 예술은 무엇이며, 인간에게 예술이란 어떤 의미인지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이광표 교수의 대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예술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 그 역사를 풍성하고 흥미진진하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시대의 금기와 상상력이 낳은 작품, 예술가의 삶을 불태우며 사랑을 받은 작품, 혼란의 시대를 지나 역사를 품고 있는 작품 등 예술을 둘러싼 풍성한 이야기들로 예술 작품의 너머를 보게 한다.
책 속으로
19쪽「예술과 명작은 다르다」중에서
뒤샹은 전위적인 기획을 했지만 그 변기가 훗날 기념비적인 명작으로 받아들여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작품을, 그것도 1917년 원작이 아니라 1950년대 복제품 변기를 보려고 한국인 20만 명이 찾아올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뒤샹의 창의성에서 시작된 일이지만 뒤샹의 손을 떠나 여러 사람의 관점과 만나고 충돌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쪽「예술과 명작은 다르다」중에서
<세한도>는 김정희와 이상적의 손을 떠나 국경을 넘나들며 컬렉터 10명의 손을 거쳤기에 지금의 명작이 될 수 있었다. <모나리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손을 떠나 루브르박물관에서 도난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기에 최고의 인기작이 될 수 있었다. <가셰 박사의 초상>은 나치의 탄압을 이겨내고 몰래 미국 땅으로 건너갔기에 세상 사람들을 다시 만나 명작으로 대접받을 수 있게 되었다. 특정 예술 작품의 일생에서 볼 때, 명작 아닌 것에서 명작으로 자리 잡는 과정은 그 시대상과 사회상을 반영하게 된다.
25쪽「가셰 박사의 파란만장한 130년 여정」중에서
<가셰 박사의 초상>에서 가셰는 가셰이기도 하도 고흐이기도 하다. 환자이자 예술가이고, 고통 받는 사람이자 치유하는 사람이다. 고흐는 이중의 정체성을 의사 이미지에 투영했다. 인간은 늘 상처를 받고 치료받는 존재이기에 이 그림은 더더욱 보는 이에게 와닿는다. "70여 점 고흐 초상화 가운데 최고 걸작"이란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찌 보면 <가셰 박사의 초상>은 가장 고흐와 닮은 그림일지도 모른다.
192쪽「욕망과 낭만의 주체로서 조선시대 여성」중에서
2008년 간송미술관 특별전에 <미인도> 등의 신윤복 그림이 출품되었다. 이 전시를 보기 위해 수백미터의 긴 줄이 늘어섰으며, <미인도> 앞은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전에도 간송미술관에서 신윤복 그림이 전시되었는데, 왜 2008년 전시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몰렸던 걸까.
269쪽「모나리자 생애 500년, 그 결정적 순간」중에서
한 미술사가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1913년 루브르로 돌아온 <모나리자>. 그것이 과연 진짜인가"라고.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이 질문은 물론 농담이겠지만 예술의 존재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인기는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미의 기준, 미술을 생각하는 기준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도난 사건은 <모나리자>에 엄청난 스토리를 축적시켰고 영원한 의심을 가져왔다. 도난은 스토리를 낳고 스토리는 의심을 낳고 또 다른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다채로운 풍자와 패러디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새로운 예술의 토양이 되고 그 그림은 더욱 풍성해진다. 의심은 예술과 철학의 본질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