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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의 쓸모 - 저자. 찰스 틸리/번역. 최지원 -

책소개
21세기 사회학 창시자가 알려주는 대화 속 숨은 법칙
전설적인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의 전통을 잇는 컬럼비아대학의 찰스 틸리는 그의 저서 『왜의 쓸모』를 통해 사회적 상호작용의 구조를 해석했다. 책은 아이들과의 대화부터 정치 논쟁까지, 모든 것을 다시 돌아보게 해준다.
일상적 대화부터 복잡한 정치적 논쟁까지, 우리는 매일매일 누군가의 말을 듣고 또 전하며 살아간다. 21세기 사회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사회학자 찰스 틸리는 책을 통해 우리 대화에 가득한 '이유'에 주목했다. 단순히 특정한 일의 원인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은 서로 다양한 유형의 이유를 주고받으며 공동의 이해와 사회적 관계의 토대를 이룬다는 것이 핵심이다. "곤경에서 벗어나려 할 때, 서로를 판단할 때, 응급 상황에 직면했을 때" 말을 나누는 사람들의 관계와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이유 제시 유형을 살펴보면 다양한 관계의 사회적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도대체 왜!" 상대방이 내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거부하는지 모를 때 당황하고 화가 난다. 『왜의 쓸모』는 그럴 경우 십중팔구 화자가 말한 이유가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청자와의 관계를 잘못 설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청자가 요구하는 것은 더 나은 답변을 넘어 더 맞는 관계다. 이 책은 대화에서 이유를 제시하는 방법을 관습, 이야기, 코드 그리고 학술적 논고 네 가지로 분류하여 설명한다.
저자는 일상적인 사례부터 9·11 테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이루어진 실제 대화를 생생히 인용해 이유 제시의 유형을 나눈다. 관습, 이야기, 코드, 학술적 논고 네 가지로 분류되는 유형들은 사회적 관계를 반영하고, 수립하고, 복구하며, 협상하는 도구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관계에 맞추어 말하는 각각의 이유를 분석하면 관계와 권력의 맥락이 보이는 것. '왜'라는 질문과 그 대답에 주목하면 그 뒤편에 숨겨진 사회적 맥락이 완전히 새롭게 읽힌다.
대화의 양상을 읽는 것은 곧 시대와 사회를 읽는 것이 된다. 따라서 이유를 설명하는 대화의 양상을 분석하는 『왜의 쓸모』는 우리가 더 나은 대화자가 되고, 대화로 이루어지는 사회를 더 튼튼하게 하는 더 좋은 시민이 되도록 이끌어준다.
책 속으로
P.54 「1장 왜 이유를 제시하는가 - 이유를 설명하기」 중에서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화자와 청자의 관계를 확증하는 단순한 작업이다. 예컨대 참회자가 '자신의 죄에 대한 사제의 해석을 인정하고, 신과 인간에게 합당한 속죄를 하라'는 코드화된 지시를 받아들이는 건 인과성과 전혀 혹은 거의 관련이 없는 일이다. 그보다 조금 더 눈에 띄는 건, 음식이나 TV, 정치인의 선호도를 조사하는 사람이 설문의 목적을 설명할 때처럼 이유 제시가 관계를 수립하는 경우이다.
P.104 「2장 관습 - 관습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중에서
보스와 틸리의 연구 결과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어떤 종류의 사회적 상황에서도 관계와의 일치는 보편적인 예의를 넘어서는 무게를 지닌다. 의미 있는 타인은 자신이 수신한 메시지로 이유 제시자의 전반적인 인상 뿐 아니라 관계의 성격에 관해 평가한다. 수용 가능한 관습은 그 관계가 의사-환자, 아내-남편, 기차에서 처음 만난 옆자리 승객, 같은 운동팀의 동료, 경찰관-시민, 학생-교사 중 어느 것이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P.197~198 「3장 이야기 - 투병기」 중에서
나의 우울한 이야기 때문에 당신이 이 책의 요점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이야기는 사회적 작용을 한다. 당황스럽거나 예외적인, 극적이거나 골치 아픈, 또는 본보기가 되는 사건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확정 또는 재규정하거나 그것에 이의를 제기하게 해준다. 이야기의 수사적(언제나 화자와 청자를 연결해 주는) 성격이 이를 더욱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야기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원형에 수시로 의존하고, 화자와 청자의 관계에 관한 신호로 해석되며, 때로는 자존감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이러한 요점을 한층 강화해 준다.
P.258~259 「4장 코드 - 코드의 약점」 중에서
코드는 개념과 자원, 활동 및 사람에게 질서를 부여하려는 조직들의 점진적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일단 코드가 실행되면, 그것은 해당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그 조직의 지배권을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이 삶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한 영역에서 코드는 사람들이 자신의 행위에 관해서는 물론이고 실행하지 못한 일에 관해 제시하는 이유를 구성한다, 우리가 코드를 피하거나 파괴하려 할 때조차 코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P.326~327 「5장 학술적 논고 - 학술적 논고에 관한 재고」 중에서
우리는 이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이유 제시가 가져올 결과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관찰할 수 있다. 테러 공격과 그 예방에 관한 논쟁을 자세히 살펴보면, 삶과 죽음의 문제에 이유를 제시하는 일도 사회적 관계를 수립하고 확증하고 조정하고 개선하는 일상적인 활동과 여러모로 유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P.352 「6장 네 가지 이유의 조화 - 청중과 양질의 이야기」 중에서
화자와 청자의 관계가 멀고 화자의 지위가 더 높은 경우, 또는 둘 중 하나에 해당할 경우, 회자는 인과적 설명보다 공식을 제공한다. 우리는 의사가 진단을 내리고 판사가 판결을 하는 극적인 사례를 보았다. 그러나 성직자, 예언자, 군주에게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된다. 공식을 내세우는 화자는 이를 통해 우월한 거리감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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